2024년 3월 16일 토요일

경거숙로輕車熟路 - 가벼운 수레로 낯익은 길로 가다, 숙련된 일을 쉽게 하다.

경거숙로輕車熟路 - 가벼운 수레로 낯익은 길로 가다, 숙련된 일을 쉽게 하다.

경거숙로(輕車熟路) - 가벼운 수레로 낯익은 길로 가다, 숙련된 일을 쉽게 하다.

가벼울 경(車/7) 수레 거(車/0) 익을 숙(火/11) 길 로(足/6)

‘누운 소 타기’란 속담이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나 손바닥 뒤집기 易如反掌(이여반장)과 같이 누구든 오래 익히지 않고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분야를 익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해야 숙련자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孔子(공자)가 전문가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폭넓게 공부해도 한 분야에서 명성을 이룬 것은 없도다(博學而無所成名/ 박학이무소성명)’고 자신에게 達巷(달항) 마을 사람들이 말해도 말몰이꾼을 할까라며 웃었다고 했다. 묻는 것을 부끄러워 말라고 한 不恥下問(불치하문)이나, 아낙에게 구슬에 실 꿰는 법을 물었다는 孔子穿珠(공자천주) 고사가 따르는 공자답다.

가벼운 수레를 타고(輕車) 낯익은 길로 달린다(熟路)는 말은 어떠한 일에 숙련되어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駕輕就熟(가경취숙)이라고도 한다. 옛날의 이동수단이었고 전장에서도 아주 유용했던 것이 말이니 名馬(명마)도 많았고, 잘 다루는 장수의 영웅담도 숱하다.

이런 중에서 唐(당)나라의 명문장가이자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韓愈(한유, 768~824)는 ‘送石處士序(송석처사서)’란 글에서 王良造父(왕량조보)를 등장시킨다. 문장의 한 종류인 序(서)는 사물의 경위를 순서 있게 서술하는 것이라 한다. 石洪(석홍)이란 사람이 지방 장관의 참모로 떠날 때 인품과 능력을 논하면서 말을 잘 모는 왕량과 조보가 선두를 다투는 듯하다고 묘사했다.

우선 造父(조보)는 周(주)나라 穆王(목왕)을 섬겨 八駿馬(팔준마)로 西王母(서왕모)를 만나게 했다는 전설이 따르고, 王良(왕량)은 春秋時代(춘추시대) 晉(진)나라의 대부 趙簡子(조간자)를 위해 駟馬(사마, 駟는 사마 사)를 잘 몰았다고 한다. 한유가 석홍을 칭찬한 부분을 보자. 그와 도리를 이야기하고 일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黃河(황하)가 동쪽으로 흐르는 것과 같다며 이어진다.

‘네 마리 말이 끄는 가벼운 수레를 전설의 왕량과 조보가 잘 아는 길을 몰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가는 것과도 같다(若駟馬駕輕車就熟路 而王良造父爲之先後/ 약사마가경거취숙로 이왕량조보위지선후).’ 지혜와 판단력이 뛰어났다는 최대의 찬사다. 하지만 이런 석홍도 불운이 따랐는지 한유의 글 이외엔 후일담이 전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도 먼저 도전한 사람들이 실패를 거듭한 끝에 쉬운 방법을 찾았기에 후세인들은 편안하게 길을 간다. 불가능한 것이라 여겨졌던 많은 것이 이런 선구자들에 의해 세상이 발전한 것이다. 편안한 길만 찾는 사람들은 왕량과 조보같이 능통하지 못하면서도 알려진 이런 방법까지 귀찮다며 편법을 찾는다.

또한 앞사람들이 만들어 놓았다고 무작정 따르다간 실패할 수 있으니 세심하게 주의하라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란 말을 남겼다. 능숙한 사람도 주의를 기울이는데 보통사람이야 매사 불여튼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