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이천목貴耳賤目 –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기다. 멀리서 들어온 것만 중시하다.
귀이천목(貴耳賤目) –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기다. 멀리서 들어온 것만 중시하다.
귀할 귀(貝/5) 귀 이(耳/0) 천할 천(貝/8) 눈 목(目/0)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흔한 것은 가치를 모르고 지나친다. 그래서 자꾸 눈을 딴 데로 돌린다. ‘남의 손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남이 잡은 일감이 더 헐어 보인다’는 속담대로다. 자기 밥의 콩은 항상 작아 보이고, 제 마누라는 고마움을 모르고 남의 부인은 미인으로 보인다. 자기 집의 닭을 하찮게 여기고, 들의 꿩은 훨씬 가치를 높게 여긴다는 家鷄野雉(가계야치)란 성어와 통한다. 같은 뜻의 귀를 귀하게 여기고(貴耳) 눈을 천하게 여긴다(賤目)는 이 말은 마음의 등불이라는 눈의 가치를 낮춰 본 것이 아니라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말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먼 곳에 있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고, 가까이에 있는 것을 대단찮게 본다. 또 옛것은 귀하게 여기고 새 것은 하찮게 여긴다는 貴古賤今(귀고천금)과 같이 보면 복고주의적 성격이 강한 중국인들의 풍조를 꼬집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 漢(한)나라 초기의 유학자 桓譚(환담, 기원전24~기원후56)의 ‘新論(신론)’에 잘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 세상 사람들은 먼 곳의 소문만 중하게 여기고, 가까운 데서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천한 것으로 여긴다면서 이어진다. ‘세상 사람들은 옛것을 귀하게 여기고 지금 것을 비천하게 여기며, 귀로 들은 것을 귀하게 여기고 눈으로 본 것을 천한 것으로 여긴다(世咸尊古卑今 貴所聞 賤所見/ 세함존고비금 귀소문 천소견).’
後漢(후한)의 문인 겸 과학자인 張衡(장형, 78~139)은 ‘東京賦(동경부)’에서 더 신랄하게 꾸짖는다. ‘세상에서 말하기를 후학들이 속뜻은 모르고 겉만 이어받아 전하며, 들은 것만 귀히 여기고 눈으로 본 것은 천하게 여긴다(所謂末學膚受 貴耳而賤目者也/ 소위말학부수 귀이이천목자야).’ 末學(말학)은 천박한 학문, 膚受(부수) 역시 피부에 받아들인 피상적인 학문이란 뜻. 잘 알지 못하는 이론이나 귀로만 전해들은 지식을 더 신뢰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전해들은 이야기를 무작정 믿고,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한 것을 뒷전으로 미룬다는 것은 무조건 서구 것만 좋다는 세태를 꾸짖는 말이다. 외국 이론을 들이더라도 우리 실정에 맞게 응용하지 않고 도입하다 탈이 난다. 외국의 유행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도 분별 있는 태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