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목요일

삼지무려三紙無驢 - 종이 석 장을 쓰도록 나귀 驢려자가 없다,

삼지무려三紙無驢 - 종이 석 장을 쓰도록 나귀 驢려자가 없다,

삼지무려(三紙無驢) - 종이 석 장을 쓰도록 나귀 驢(려)자가 없다,

핵심도 모르고 허세를 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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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삼(一/2) 종이 지(糸/4) 없을 무(灬/8) 나귀 려(馬/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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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울다가 누가 죽었느냐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집 문상을 가서 슬피 곡을 했으나 누가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하니 황당하다. 애써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의 내용이나 영문을 모르고 맹목적으로 하는 행동을 비꼴 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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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많은 사람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데도 정작 핵심이 무엇인지 모를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송장 빼 놓고 장사 지낸다’고 비아냥댄다. 여기에 적합한 말이 종이 석 장(三紙)에 나귀가 없다(無驢)는 이 성어다. 나귀를 팔고 사는데 계약서 석 장을 가득 글자로 채워 넣었지만 주체인 나귀 驢(려) 글자가 없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 博士賣驢(박사매려)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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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六朝時代(육조시대)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顏之推(안지추, 531~591)는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도 온건하고 치우침이 없는 사상가였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식은 당대 최고로 ‘顔氏家訓(안씨가훈)’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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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덕이나 대인관계 등 자손들을 위해 썼지만 당시의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귀족생활을 아는 중요한 자료로 꼽는다. 옛날 어떤 선비가 살았는데 글재주도 없으면서 늘 붓을 가지고 다니며 유식한 체 자랑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박사라고 치켜 주었지만 속으로는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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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 선비가 나귀를 한 마리 사게 되었다. 당시는 사는 쪽에서 계약서를 써 주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종이를 석 장이나 쓰고도 마무리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판 사람이 재촉하자 이제 나귀 驢(려)자를 쓰려는데 무식하다고 되레 호통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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勉學(면학) 편에 이러한 이야기를 鄴下(업하, 鄴은 땅이름 업)라는 지역의 속담이라 하면서 이어진다. ‘박사가 나귀를 샀는데 종이 여러 장을 다 쓰도록 나귀를 못 썼다. 만약 너희에게 이런 스승을 모시게 한다면 기가 막힐 것이다(博士買驢 書券三紙 未有驢字 使汝以此爲師 令人氣塞/ 박사매려 서권삼지 미유려자 사여이차위사 령인기색).’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