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파리 연상케 하는 거제관광모노레일
◇ 사파리 연상케 하는 거제관광모노레일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계룡산(570m) 정상을 오가는 거제관광모노레일을 탈 수 있다. 공원은 종일 ‘용사의 충정’ ‘우리는 육군’ 등의 비장한 군가를 들려준다. 군가를 들으며 철조망을 따라 걷자니 어쩐지 스산하다. 6·25전쟁 때 17만3000여 명의 포로가 수용됐던 곳을 보존해 전쟁역사의 교육장으로 조성했다. 공원은 전쟁·포로·복원·평화존으로 테마가 나뉘었다. 모노레일은 평화존 희망광장에서 탑승한다.
2018년 3월 개통한 모노레일은 왕복 3.6㎞로 전국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희망광장에서 출발해 계룡산 정상 가까이 레일을 타고 천천히 올라간다. 한 번에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고 6분 간격으로 15대가 순환 운행한다. 상행 30분, 하행 20분이 걸린다. 모노레일 이용권과 공원의 입장료는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으면 6인승 모노레일을 혼자 차지할 수 있다. 모노레일의 속도는 ‘차라리 걷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리다. 그런데 거북이처럼 꾸준히 느린 속도가 이따금 의외의 스릴로 재미를 줬다. 경사를 오를 땐 뒤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내리막에서는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미끄러지지 않아 차량째로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모노레일 안에서는 우거진 숲길의 안내를 받는다. 따사로운 햇살이 산을 통째로 감싸 숲은 온통 초록 아니면 연두색이다. 간간이 설치된 스피커에서 야생동물이나 새 소리가 흘러나오고, 귀여운 곰과 사슴 모형이 레일 가운데서 나타날 때는 사파리 투어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행 중인 모노레일을 상행 레일에서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전망대에 오르면 바둑판처럼 붙은 논밭과 목가적인 거제면이 다도해와 함께 펼쳐진다. 멀리 거제의 새 명물인 ‘정글돔’도 보인다. 여기서 500m 정도만 걸으면 계룡산 정상이다. 정상의 풍경은 전망대와 180도 달라진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가 마치 조금 전 봤던 거제면의 수십 년 후 풍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공원을 나오는 길에 PX라고 적힌 매점에서 ‘맛다시’를 2개 샀다. 군필자들이 한결같이 극찬한 음식인 데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다시 먹고 싶은 군대 음식’ 2위에 오른 게 기억나서다. 호기심에 먹어보니 고추장에 라면 스프 등을 섞은 맛이 났다. 군대를 다녀온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그는 추억의 음식을 무척 반기면서도 먹으려 하지는 않았다.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