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수요일

곡굉지락曲肱之樂 - 팔베개를 베고 자는 검소한 삶의 즐거움

곡굉지락曲肱之樂 - 팔베개를 베고 자는 검소한 삶의 즐거움

곡굉지락(曲肱之樂) - 팔베개를 베고 자는 검소한 삶의 즐거움

굽을 곡(曰/2) 팔뚝 굉(肉/4) 갈 지(丿/3) 즐길 락(木/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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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일부러 원하는 사람은 없다. 물만 마시고 또는 헐벗고 살 수는 없으므로 최소한의 衣食住(의식주)는 해결돼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게 돼도 사람의 소유욕은 끝이 없어 더 가지려는 것이 상정이다. 그런데도 마음으로는 옛날 성현들이 가난 속에서도 富(부)를 탐하지 않고 淸貧(청빈)하게 살며 유유자적한 安貧樂道(안빈낙도)를 최고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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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 簞食瓢飮(단사표음, 食은 먹을 식, 밥 사)이나 콩밥과 콩잎 국 豆飯藿羹(두반곽갱, 藿은 콩잎 곽, 羹은 국 갱) 등 어려운 말을 쓴 성어가 그것이다. 팔을 구부려 베개 삼으며(曲肱) 간소하게 사는 즐거움(之樂)이란 이 말은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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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자족하라는 가르침은 孔子(공자)의 ‘論語(논어)’ 곳곳에 등장한다. 팔베개의 잠이 나오는 述而(술이)편을 보자. ‘거친 밥을 먹고 물마시며, 팔을 굽혀 베개를 삼더라도(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는 법이다(樂亦在其中矣/ 낙역재기중의).’ 그러면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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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지 않은데도 돈 많고 지위가 높은 것은 나에게는 한낱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타고난 재산이나 높은 벼슬자리를 오래 하지도 못한 공자는 부귀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과 상반되는 의외의 표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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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술이편에 있다. ‘부를 구해서 얻을 수가 있는 것이라면 채찍 잡는 마부라도 나는 할 것이다(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부이가구야 수집편지사 오역위지).’ 그러나 이 말이 본심이 아님은 뒤따르는 말에 있다. ‘하지만 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如不可求 從吾所好/ 여불가구 종오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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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방법으로 얻게 되는 부라면 당연히 거절하겠다는 것인데 里仁(이인)편에 더 단정적인 내용이 나온다. ‘부유함과 귀함은 누구나 원하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그것을 누려서는 안 된다(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부여귀 시인지소욕야 불이기도득지 불처야).’ 반대로 누구나 싫어하는 가난과 천함도 억지로가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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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농경시대에는 모자라는 속에서도 아끼고 자족하는 생활이 가능해 욕심을 자제할 수 있었다. 복잡한 오늘날 부는 더 큰 부를 낳고, 한 번 개천에 빠진 올챙이는 평생을 노력해도 용이 되기 어렵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져 가는데도 젊은 층의 일자리는 줄어들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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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깨끗한 부를 일군 재력가들은 소외계층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하지만 그보다 골고루 잘 살게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먼저다. 최저를 넘어 孟子(맹자)의 말대로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바른 마음을 유지하니 그렇게 돼야 팔베개도 가능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