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수의 코로나 후유증 소회
◇한 교수의 코로나 후유증 소회
‘부산 47번째 환자’로 통하는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는 지난 2월 코로나19에 감염돼 한 달여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퇴원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집중하기 힘든 ‘브레인 포그(Brain Fog)’, 가슴과 위장의 통증, 피부 변색과 건조증, 만성 피로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생전 처음 보는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를 설명해 줄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얼리사 밀라노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코로나 완치 후에도 4개월 동안 현기증, 위통, 단기 기억력 상실 등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진다며 사진도 올렸다. 지난 3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영국 찰스 왕세자는 치료를 받았지만 후각과 미각이 회복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이탈리아 코로나19 완치자를 추적·분석한 미국 의사협회지 논문에 따르면 회복자 중 87%가 크고 작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정신보건 위기’라고 우려했다.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완치 판정을 받은 후 후유증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메르스 74번 환자로 최장기 입원했던 70대 남성은 폐섬유화·심부전증 등 후유증으로 2년 넘게 치료받다가 결국 사망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메르스 사태 당시 생존자의 정신건강을 추적한 결과 54%가 1년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고 40%가량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경험했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 전파력과 치사율이 동시에 높은 특징에 이어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공포를 더하고 있다. ‘확진자’는 ‘환자’로, ‘완치자’는 ‘회복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국은 새겨들어야 한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 사태는 수백만명이 더 사망하고 내년 말에야 종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마스크도 안 쓴 채 광장에 모여 소리지르는 무리를 보면 섬뜩하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라도 자중해야 한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