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8일 월요일

해어화解語花 - 말을 이해하는 꽃, 미인을 가리키는 말

해어화解語花 - 말을 이해하는 꽃, 미인을 가리키는 말

해어화(解語花) - 말을 이해하는 꽃, 미인을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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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해(角/6) 말씀 어(言/7) 꽃 화(艹/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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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다. 아주 예민한 식물 미모사(mimosa)라도 잎을 건드리면 닫혀져 늘어질 뿐, 그래서 수줍어 부끄러움을 탄다고 含羞草(함수초)라 한다 해도 말을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바로 미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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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름다운 꽃으로 비유한다고 해도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은 이 말에 요즘은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더군다나 옛날 권세가들의 노리개가 흔히 되었던 妓生(기생)을 가리키는 말도 되니 미인도 반대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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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가 처음 나온 것은 중국 唐(당)나라 6대 玄宗(현종, 재위 712~756) 때이니 1300년도 더 전이다. 왕의 마음을 빼앗아 나라를 기울게 한다는 미인 傾國之色(경국지색)이라면 楊貴妃(양귀비)를 연상하는데 실은 훨씬 앞서 漢武帝(한무제)의 李夫人(이부인)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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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는 중국의 4대 미인을 나타내는 沈魚落雁(침어낙안)과 閉月羞花(폐월수화) 중 꽃도 부끄러워 한다는 羞花(수화)에 해당돼, 말을 알아듣는 꽃과 이 말과 함께 꽃과는 많이 비교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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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는 원래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壽王(수왕)의 妃(비)였으나 약간 통통했던 미모가 황제의 눈에 띄어 도교사원에 보내졌다가 貴妃(귀비)로 책봉됐다. 빼어난 용모뿐 아니라 가무, 음률에도 능통해 현종의 혼을 쏙 빼 놓았다. 하루는 왕이 비빈과 궁녀들을 데리고 長安(장안)의 太液池(태액지)란 연못에 핀 연꽃을 감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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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이 모두 연꽃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황제가 양귀비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꽃들과 나의 말을 알아듣는 꽃과 견줄 만한가(爭如我解語花/ 쟁여아해어화)?’ 아무리 연꽃이 아름다워도 양귀비에 빠진 현종의 눈엔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五代(오대) 때의 王仁裕(왕인유)가 엮은 ‘開元天寶遺事(개원천보유사)’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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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애를 듬뿍 받았던 양귀비도 安祿山(안녹산)의 난으로 왕과 함께 쫓기다 성난 백성의 요구로 죽음을 당했다. 미인은 죄가 없겠지만 원인은 제공했기에 말을 알아듣는 꽃에서 나라를 망하게 한 亡國花(망국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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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三惑(삼혹)이라 하여 돈과 재물, 여색에 흔들리지 말라고 했고 잘못하면 패가망신한다고 깨우쳤다. 蓄妾(축첩)이나 探色(탐색)하는 한량들은 없어졌다고 해도 끊임없이 지도층들의 성희롱이 들춰지니 이런 교훈도 무색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