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 토요일

감어지수鑑於止水 - 흔들림 없는 물에 비춰 거울로 삼다.

감어지수鑑於止水 - 흔들림 없는 물에 비춰 거울로 삼다.

감어지수(鑑於止水) - 흔들림 없는 물에 비춰 거울로 삼다.

거울 감(金/14) 어조사 어(方/4) 물 수(水/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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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사람이나 물체의 겉모습을 비춘다. 흘러가는 물에서는 비춰볼 수 없고 고요히 있어야 자신을 볼 수 있다.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os)도 표면이 잔잔한 호수 위로 자기 모습이 드러나자 반했다. 흘러가지 않으니 멈춰있는 물 止水(지수)가 곧 거울이라 맑은 거울 明鏡(명경)과 합쳐지면 잡념과 가식이 없는 마음을 비출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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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거울이라도 쇠붙이로 만든 鑑(감) 또는 鑒(감)은 속까지 비추는 본받을만한 모범이다. 龜鑑(귀감), 寶鑑(보감) 등이 그것이다. 고요히 멈춰있는 물로 자신을 비춰 내면을 돌아보며 본보기로 삼는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을 가지면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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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멈춰있는 물이 들어간 성어 明鏡(명경)과 鑑於(감어) 모두 ‘莊子(장자)’의 內篇(내편) 德充符(덕충부)에 실려 있다. 道(도)가 만물의 근본이라는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의 莊周(장주)는 타고난 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가득차면 저절로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정지해 있는 물이 고요하듯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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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등장하는 현인들은 모두 형벌을 받아 장애인이 된 사람들인데 육체는 온전하지 못해도 덕이 넘쳐 가만히 있어도 제자들이 가르침을 구하려 몰려들었다. 刖刑(월형, 刖은 발꿈치벨 월)을 당해 발이 잘린 魯(노)나라의 王駘(왕태, 駘는 둔마 태) 이야기를 보자.

불구의 몸이 된 왕태는 덕망이 널리 퍼져 그를 배우려는 사람이 孔子(공자)의 제자와 비슷할 정도였다. 당시 현자, 또는 제자라고도 하는 常季(상계)가 공자에게 말없는 가르침이란 것이 있는지 물었다. 공자는 왕태가 성인이라며 사람들이 존경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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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흐르는 물에 제 얼굴을 비춰보지 못하고, 멈춰있는 물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인막감어류수 이감어지수). 오직 멈춰있는 물만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있다(唯止能止衆止/ 유지능지중지).’ 고요히 정지되어 있는 물만이 비춰볼 수 있듯 왕태도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을 끄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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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애인 申徒嘉(신도가)는 동문수학한 子産(자산)이 재상이 된 뒤 자신을 업신여기자 거울이 밝으면 티끌이 앉지 않고 어진 사람과 오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고 충고한 것이 明鏡止水(명경지수)다. 세상에는 대부분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는 조그만 흠이라도 들쑤셔 침소봉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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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다툼에 조용한 날이 없다. 항상 자신의 하는 일에 一日三省(일일삼성)하는 성인은 되기 어려우니 최소한 남에게 폐가 되는 짓은 하지 않도록 수시로 돌아봐야겠다. 李箱(이상)의 시구처럼 거울 속만큼 조용한 세상은 참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