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토요일

평원독우平原督郵 - 나쁜 술, 평원 지역의 격현횡격막에 걸리는 술 

평원독우平原督郵 - 나쁜 술, 평원 지역의 격현횡격막에 걸리는 술 

평원독우(平原督郵) - 나쁜 술, 평원 지역의 격현(횡격막)에 걸리는 술\xa0

평평할 평(干/2) 언덕 원(厂/8) 감독할 독(目/8) 우편 우(阝/8)

\xa0

술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윤활유가 되면서도 각종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주량이 천차만별인 만큼 好不好(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린다. 술은 일시적 자살이라거나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의 어미’라 한 근심파가 있는가하면 모든 약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百藥之長(백약지장), 걱정을 없애는 데는 그 이상이 없다며 銷憂者 莫若酒(소우자 막약주)라고 한 찬양파도 숱하다.

\xa0

중국 六朝(육조)의 陶淵明(도연명)이 읊었던 忘憂物(망우물)도 시름을 잊게 해 준다는 의미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더라도 좋은 술이 있는가하면 나쁜 술도 있기 마련이다.

\xa0

平原(평원) 지역의 태수 보좌관인 督郵(독우)가 나쁜 술을 말한다는데 유래의 유래를 알아야 뜻이 겨우 통할 정도로 어렵다. 南朝(남조) 宋(송)나라의 劉義慶(유의경)이 쓴 ‘世說新語(세설신어)’가 출처인데 내용을 보자. 晉(진)나라 세력가인 桓溫(환온)에겐 술맛을 감별하는데 능한 부하가 있었다. 술이 생길 때마다 감별을 부탁했는데 표현이 독특했다.

\xa0

‘좋은 술이면 청주의 종사(好者謂靑州從事/ 호자위청주종사), 나쁜 술이면 평원의 독우(惡者謂平原督郵/ 악자위평원독우)’라 했다. 청주지역에 齊郡(제군)이 있고 평원에는 鬲縣(격현, 鬲은 막을 격)이 있는데 각각 배꼽 臍(제)와 橫隔膜(횡격막)을 가리켰다. 좋은 술은 배꼽까지 내려가고 나쁜 술은 횡격막에 걸려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렇게 빙빙 돌려 말했다.

\xa0

이렇게 어려운 은유의 표현이 우리의 고전에는 의외로 많이 등장한다. 고려 때 술을 가까이했던 문장가 李奎報(이규보)는 白酒詩(백주시)에서 막걸리를 읊는다. ‘체하여 가슴 속이 막히는 듯, 독우가 나쁜 것을 이제 알겠네(滯在胷隔間 始覺督郵鄙/ 체재흉격간 시각독우비).’ 林椿(임춘)의 가전체소설 ‘麴醇傳(국순전, 麴은 누룩 국)’에는 벼슬 이름으로 나온다.

\xa0

또 조선 시조의 대가 尹善道(윤선도)는 좋은 풍광을 보면 술이 없어도 가슴이 시원하다는 표현에 썼다. ‘좋은 술의 힘을 빌릴 것도 없이, 나그네 가슴 가득한 시름이 씻기네(不待靑州從事力 能鏖客子滿腔愁/ 부대청주종사력 능오객자만강수).’ 鏖는 오살할 오.

\xa0

술은 그 자체로 술일뿐인데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것은 정도를 넘기는 데서 온다. 술이 술을 부르니 자신이 이기지 못할 정도로 마시게 되고 나중에는 못할 짓이 없는 醉中無天子(취중무천자), ‘술 먹은 개’가 따로 없다.

\xa0

제 건강만 해치면 어쩔 수 없지만 주변에 해를 끼치고 음주운전으로 생명까지 빼앗는다. 술을 마실 때 항상 명심해야 할 말이 法華經(법화경)에 나온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