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교市道之交 - 시장과 길거리서 이뤄지는 이익만을 위한 교제
시도지교(市道之交) - 시장과 길거리서 이뤄지는 이익만을 위한 교제
저자 시(巾/2) 길 도(辶/9) 갈 지(丿/3) 사귈 교(亠/4)
친구 사이에 어떤 우정을 가장 높이 칠까. 益者三友(익자삼우)를 말한 孔子(공자)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견문이 많은 친구를 사귀라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은 희생한 管鮑之交(관포지교)의 鮑叔牙(포숙아)를 管仲(관중)은 부모처럼 귀하게 여겼다. 이런 무조건의 우정은 말고 사귐에 대해 깨우쳐야 할 격언이 있다. ‘술과 음식으로 사귄 친구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세력과 이익으로 사귄 친구는 한 해를 넘지 못한다.’ 格言聯璧(격언연벽)에 나온다.
시장과 길거리(市道)에서 이루어지는 교제(之交)라는 뜻의 이 성어는 단지 이익만을 위한 사귐을 이른다. 이익이 되면 찾고 아무 소용이 없으면 돌아서는 사귐은 친구사이는 아니다. 그래도 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며 따르고 잃었을 때는 푸대접하는 炎凉世態(염량세태)란 말과 같이 세상인심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사이 刎頸之交(문경지교, 刎은 목자를 문, 頸은 목 경)에 나오는 廉頗(염파, 頗는 자못 파)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나라의 명장 염파는 여러 차례의 전투에서 공을 세웠으나 상대국의 계략에 빠진 왕이 파면했다. 그의 집에 드나들던 식객은 모두 떠났다. 燕(연)나라가 쳐들어와 염파가 다시 중용됐을 때 식객이 모여들자 쫓아내려 했다. 한 사람이 나서 충고했다. ‘세상 사람들은 시장가는 길목에 모여듭니다. 상공께서 권세가 있으면 따르고 없어지면 떠납니다(天下以市道之交 君有勢我則從君 君無勢則去/ 천하이시도지교 군유세아즉종군 군무세즉거).’ 세상의 이치가 그러한데 큰 인물은 그런 일에 괘념치 말라는 충고였다. ‘史記(사기)’ 열전에 나온다.
친구 사이에 이익을 가져다줄지 손해를 끼칠지 계산하고 사귈 리는 없다. 그런 사이는 아니라도 가깝고 먼 관계는 있을 수 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우정을 지속시키면 장수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따지지 않고 자신이 먼저 다가가면 대체적으로 깊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고 사회생활도 풍성해질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