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4일 목요일

불야성不夜城 - 밤에도 대낮같이 밝은 곳

불야성不夜城 - 밤에도 대낮같이 밝은 곳

불야성(不夜城) - 밤에도 대낮같이 밝은 곳

아닐 불(一/3) 밤 야(夕/5) 재 성(土/7)

글자대로 하면 낮만 계속돼 밤이 오지 않는 성이란 뜻이다. 밤에도 등불이 휘황찬란하게 켜져 있어 낮처럼 밝은 곳은 장관이다.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지방에서 한여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白夜(백야)를 연상시킨다. 번쩍이는 불빛에 항상 사람들로 붐벼 번잡한 밤거리 풍경을 비유하거나 경기가 아주 좋아 흥청대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런데 不夜(불야)는 밤이 없어서가 아니고 특이하게 지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국 北宋(북송)의 지리학자 樂史(악사, 930~1007)가 편찬했다는 현존 가장 오래된 지리지 ‘太平寰宇記(태평환우기)’에 처음 등장한다. 寰은 임금고을 환. 현재의 山東省(산동성) 煙台(연태) 부근이었다는 東萊郡(동래군)의 17개 현 중에서 不夜縣(불야현)이 있었다고 한다. 부분의 표현을 보자.

‘불야성은 춘추시대 내자가 설치한 읍으로 동쪽에서 해가 떴으므로 불야로 이름 지었다(不夜城卽春秋時萊子所置邑 以日出於東 故以不夜爲名/ 불야성즉춘추시래자소치읍 이일출어동 고이불야위명).’ 다른 곳에서도 등장하지만 실제로 밤에 해가 떴다기보다 가장 일찍 일출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해석한다.

지명의 유래는 그렇다고 하고 오늘날 쓰임새와 비슷하게 사용한 시가 있다. 唐(당)나라 때 여러 관직을 지냈던 문학가 蘇頲(소정, 670~727)의 ‘廣達樓下夜侍酺宴應製詩(광달루하야시포연응제시)’ 중 한 구절이다. 頲은 곧을 정, 酺는 연회 포. ‘누대의 빼어난 풍경이 실로 봄 동산이라, 등불은 연이어져 불야성과 같구나(樓臺絶勝宜春苑 燈火還同不夜城/ 누대절승의춘원 등화환동부야성).’ 휘황찬란한 등불이 밤을 밝힌 것이 번화한 도심의 거리를 가리키게 됐다.

우리 시문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조선 중기 문신 金尙憲(김상헌, 1570~1652)의 ‘淸陰集(청음집)’에 실린 한 구절만 보자. ‘명월궁의 궁궐 안은 불야성을 이뤘는데, 계수나무 가지 잡고 장생술을 배우누나(明月宮中不夜城 攀援桂樹學長生/ 명월궁중불야성 반원계수학장생).’ 攀은 더위잡을 반.

밤에도 불이 환한 거리는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코로나19로 어렵다며, 모두들 웅크리고 있어 곳곳에서 비명이 들린다. 흥청망청 낭비도 좋지 않지만 불 꺼지지 않는 거리는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