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알묘조장揠苗助長 - 싹을 뽑아 올려 성장을 돕다. 

알묘조장揠苗助長 - 싹을 뽑아 올려 성장을 돕다. 

알묘조장(揠苗助長) - 싹을 뽑아 올려 성장을 돕다.\xa0

뽑을 알(扌/9) 모 묘(艹/5) 도울 조(力/5) 긴 장(長/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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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助長(조장)은 글자 그대로 자라는 것을 도와준다는 의미다. 전혀 부정적인 뜻이 아닐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로는 달리 쓰인다. 소비를 조장한다거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말과 같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는 뜻이 강해진 것이다. 옮겨심기 전 벼의 어린 싹인 모를 뽑아 올려(揠苗) 자라는 것을 도왔다(助長)는 말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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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다는 것이 지나쳐 오히려 망치는 것에서 조급한 마음에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억지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두 글자씩 떼어 揠苗(알묘)나 助長(조장), 또는 撥苗助長(발묘조장)이라 써도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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孟子(맹자)가 거침없이 넓고 큰 기개를 뜻하는 浩然之氣(호연지기)를 설명하면서 宋(송)나라의 농부 우화를 인용한 데서 나왔다. 宋襄之仁(송양지인)이나 守株待兎(수주대토)의 성어가 있는 것을 보면 春秋時代(춘추시대)의 송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어리석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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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오는 농부도 성격이 급하여 일을 그르친다. 그는 모내기를 한 논에 매일 아침 일찍 나가 거름을 주며 싹이 잘 자리도록 부지런히 돌봤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의 벼는 쑥쑥 잘 자라는 것 같은데 자기 논의 싹은 도무지 성장이 너무 느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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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논에 가서 한 포기 한 포기씩 잡아당겨 주었다. 보기에 확실히 자란 것 같아 집에 가서 자랑삼아 식구들에게 싹을 잡아 당겼더니 잘 컸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아들이 기겁하여 나가보니 싹이 이미 하얗게 말라 있었다. 맹자가 설명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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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익하다고 해서 내버리는 자는 곡식을 심고 김매지 않는 자이며, 억지로 자라게 하는 자는 싹을 뽑아 올리는 자이다. 이런 일은 한갓 유익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로운 것이다(以爲無益而舍之者 不耘苗者也 助之長者 揠苗者也 非徒無益 而又害之/ 이위무익이사지자 불운묘자야 조지장자 알묘자야 비도무익 이우해지)." 公孫丑章句(공손추장구) 상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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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형성의 토대가 되는 어린 시기에 지나친 사교육의 폐단을 막는 것은 정당하다고 한데 대해 학부형들은 비현실적이라며 반대했었다. 어릴 때 영어를 잘 하게 하기 위해 성대 수술까지 했던 사례도 있다고 하니 분명 지나치다. 조기에 교육을 시키든 3, 4학년이 되어 배우게 하든, 싹을 뽑아 올리지 말고 우리말을 어느 정도 한 뒤 어린이 수준에 맞게 하면 좋으련만..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