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鐵面皮 - 쇠로 만든 낯가죽,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
철면피(鐵面皮) - 쇠로 만든 낯가죽,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
쇠 철(金/13) 낯 면(面/0) 가죽 피(皮/0)
얼굴은 체면을 나타낸다.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낯에 비유해서 낯가죽이 두껍다고 손가락질한다. 얼굴 피부의 두께가 실제 차이 나는지 체면이 없는 사람을 욕하는 속담도 많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에는 빈대도 모기도 동원된다. ‘얼굴이 꽹과리 같다’고도 한다. 같은 뜻의 성어도 줄줄이 대기한다.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고 面張牛皮(면장우피)라 하고, 그런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厚顔無恥(후안무치)라 한다. 천하에 박색이고 얼굴이 두꺼웠지만 지혜가 넘쳐난 齊(제)나라의 추녀 鐘離春(종리춘)은 强顔女子(강안여자)라 불렸다. 마음까지 시커먼 面厚心黑(면후심흑)도 있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면 이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부끄럼이 없고 뻔뻔할 것이다. 쇠로 만든 낯가죽(鐵面皮)이니 닳지도 않고 쇠가죽은 저리 가라한다. 이 성어는 楊光遠(양광원)이라는 사람의 행태에서 비롯됐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뛰어나 일찍이 진사에 합격했다. 하지만 출세욕이 대단해서 항상 권력자의 집안을 찾아다니며 비위를 맞추기에 바빴다. 고관이 쓴 형편없는 습작시를 보고도 李太白(이태백)을 능가한다고 하고, 술 취한 권력자가 매로 때려주고 싶다고 하자 등짝을 내어 주기도 했다.
모욕을 당하고서도 태연한 그를 당시 사람들은 천하게 여겼다. ‘세상 모두는 양광원의 부끄러운 얼굴은 열 겹의 철갑처럼 두껍다고 말했다(皆曰 楊光遠慚顏 厚如十重鐵甲也/ 개왈 양광원참안 후여십중철갑야).’ 중국 唐(당)나라 때 민간에 전하는 이야기를 五代(오대) 때의 王仁裕(왕인유)가 엮은 ‘開元天寶遺事(개원천보유사)’에 실려 있다. 孫光憲(손광헌)의 ‘北夢瑣言(북몽쇄언)’에는 王光遠(왕광원)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로 나온다고 한다.
宋(송)나라 때 관리의 부정을 감찰하는 趙抃(조변, 抃은 손뼉칠 변)이라는 죄지은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탄핵했기에 鐵面御史(철면어사)로 불렸다고 宋史(송사)에 전한다. 강직하다는 뜻의 이런 철면은 갈수록 더욱 필요한데 오늘날엔 뻔뻔한 철면만 남았다. 지위가 낮은 사람도 직책에 따라 거들먹거리지만 높은 나리들은 범죄의 혐의가 드러나도 눈도 깜짝 않는다. 쇠가죽으로 된 낯짝을 가진 사람에게는 철면어사를 불러야 될 것인가./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