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불감狼狽不堪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란에 빠짐, 높은 신분에서 몰락함
낭패불감(狼狽不堪)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란에 빠짐, 높은 신분에서 몰락함
이리 랑(犭/7) 이리 패(犭/7) 아닐 불(一/3) 견딜 감(土/9)
생각했던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실패로 돌아간다. 기대에 어긋나 매우 딱하게 된다. 이럴 때 일상에서 狼狽(낭패)란 말을 흔히 쓴다. 낭패스럽다, 낭패를 당했다 등으로 붙여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狼(낭)과 狽(패)가 모두 사나운 동물 이리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물론 실제로 있지 않고 전설상에서다. 낭은 앞다리가 길고, 패는 앞다리가 짧은 동물이다. 낭은 패가 없으면 서지 못하고, 패는 낭이 없으면 걷지 못하므로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 또한 낭은 성질이 흉포하지만 지모가 부족하고, 패는 순한 듯 하면서도 꾀주머니다. 이 둘이 틀어지면 되는 일이 없다.
살다보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부닥칠 때가 있다. 騎虎之勢(기호지세)와 같이 호랑이 등을 탔을 때나, 궁지에 몰려 오도 가도 못하는 進退維谷(진퇴유곡)의 처지다.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이 권력을 잃어 찾아오는 사람이 없이 문전이 휑할 때도 삶이 싫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낭과 패가 따로 되어 낭패스러움이 견딜 수 없을 정도(不堪)가 된 것이다. 이 말은 諸葛亮(제갈량)의 出師表(출사표)와 함께 중국의 서정문을 대표하는 ‘陳情表(진정표)’에서 유래했다.
이 글은 西晉(서진)의 학자 李密(이밀, 224-287)의 작품이다.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4셰 때 어머니도 개가해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가 없었으면 이 세상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성을 다해 효도했다. 이런 이밀에게 진무제(晉武帝) 司馬炎(사마염)이 벼슬을 내렸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래도 무제의 요청이 끊이지 않자 받아들이지 못하는 처지를 글로 써서 올렸다. 할머니를 봉양해야 하는데 ‘관직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되니, 신의 처지는 정말로 낭패스럽습니다(臣之進退 實爲狼狽/ 신지진퇴 실위낭패)’라고 호소했다.
이런 간곡한 요청은 결국 받아들여져 무제는 이밀에게 할머니를 잘 봉양하도록 노비와 식량을 하사했다. 오갈 데 없이 난감한 처지에서 남을 설득시켜 난관을 뚫은 예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 판단을 잘못하여 낭패를 당할 때 자신이 옳다며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어디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중간에 잘 점검하여 주위에 협조를 구하거나 방향을 틀 수 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