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요일

어부지용漁父之勇 - 어부의 용기, 오랜 체험에서 얻은 진정한 용기 

어부지용漁父之勇 - 어부의 용기, 오랜 체험에서 얻은 진정한 용기 

어부지용(漁父之勇) - 어부의 용기, 오랜 체험에서 얻은 진정한 용기\xa0

고기잡을 어(氵/11) 아비 부(父/0) 갈 지(丿/3) 날랠 용(力/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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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잡는 어부가 성어로 등장하는 漁父之利(어부지리)는 누구나 안다. 이해관계로 싸우는데 엉뚱한 사람이 가로챈다. 도요새가 조갯살을 먹으려다 물려 오도 가도 못하는 사이 지나가던 어부가 둘 다 잡아 횡재했다고 비난할 수 없다. 田父之功(전부지공)과 같이 토끼와 사냥개가 쫓고 쫓기다 지쳐 쓰러진 사이 두 마리 다 갖게 된 농부와 같이 운이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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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주인이 있겠지만 조개와 새는 주인이 없고, 또 불로소득을 하려는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부는 풍랑을 헤치고 바다서 물고기를 잡아 값싸게 영양을 보충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런 어부의 체험에서 얻은 용기(漁父之勇)를 높이 평가한 사람은 孔子(공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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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는 ‘莊子(장자)’에서 유래했다. 인위적인 격식을 너무 따진다며 儒家(유가)를 못마땅해 하는 장자가 공자를 긍정적으로 본 秋水(추수)편에 등장한다. 제일 앞부분에 강의 신 河伯(하백)이 바다를 보고는 무한한 시공간에 자신의 미미한 존재를 한탄한다는 望洋興歎(망양흥탄)이 나오는 등 철학이나 문학으로도 명문으로 꼽힌다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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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여기서 진정한 용기가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공자가 匡(광)이라는 지역을 지날 때 그곳 宋(송)나라 사람들이 여러 겹 둘러싸고 해치려 했다. 이 지역을 침략해 괴롭혔던 魯(노)나라 季氏(계씨)의 가신 陽虎(양호)와 공자가 너무나 닮아 보복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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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서려는 수행 제자들을 말리면서 공자는 태연히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렀다. 어찌 즐거울 수 있는지 묻자 공자는 때에 안 맞는 운명은 순응해야 한다며 설명한다. ‘물 위로 다니면서 교룡을 피하지 않는 것은 어부의 용기이고(水行不避蛟龍者 漁父之勇也/ 수행불피교룡자 어부지용야)’, 육지서 외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는 것은 사냥꾼의 용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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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큰 재난을 닥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인의 용기(臨大難而不懼者 聖人之勇也/ 임대난이불구자 성인지용야)’라 덧붙였다. 얼마 뒤에 병사들의 우두머리가 오인했다며 사과하고 물러났다. 臨難不懼(임난불구)도 여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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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서도 묵객들이 어부를 부러워하는 내용의 시가나 격조 높은 서화를 많이 남겼다. 세월을 낚는 姜太公(강태공)처럼 자연을 관조하고 완상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직접 생존수단으로 삼는 어부들의 땀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공자가 말한 무모한 용기인 暴虎馮河(포호빙하)와 대비되는 것이 어부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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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걸어서 강을 건너는 용기보다 어부가 물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오랜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조금 안다고 匹夫之勇(필부지용)을 부리다 본인은 물론 주위도 망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