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녀제희越女齊姬 - 월나라와 제나라의 미인, 미인이 많이 나는 고장
월녀제희(越女齊姬) - 월나라와 제나라의 미인, 미인이 많이 나는 고장
넘을 월(走/5) 계집 녀(女/0) 가지런할 제(齊/0) 계집 희(女/6)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미인에 대해 서양 격언엔 비하하는 것이 제법 된다. ‘미인과 바보는 자매간이다’, ‘자기의 미모를 내세우는 여자는 그것보다 나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참다운 아름다움이 가지는 힘에는 지상의 어느 것도 대항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이 미인에 혹하지 말라는 경계의 뜻에서 나온 말이기 쉽다. 이런 마음에 없는 말 말고 단순히 아름다운 여인을 나타내는 성어는 유난히 많다.
중국 4대 미인을 나타내는 沈魚落雁(침어낙안)과 閉月羞花(폐월수화) 말고도 시원스런 눈동자와 하얀 이 明眸皓齒(명모호치, 眸는 눈동자 모), 버들잎 눈썹과 복숭아꽃 얼굴 柳眉桃顔(유미도안) 등 부지기수다. 또 전 세계 미인대회를 휩쓰는 나라 베네수엘라와 같이 미인이 특별히 많은 나라가 예전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부터 揚子江(양자강) 이남의 越(월)나라와 그 서쪽의 吳(오)나라, 그리고 黃河(황하) 남쪽의 齊(제)나라가 대표적인 미인의 나라였단다. 그래서 吳姬越女(오희월녀) 또는 越女齊姬(월녀제희)라는 성어가 남았다.
前漢(전한) 초기의 문인 枚乘(매승)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름 높아 산문과 운문의 중간 형식인 ‘七發(칠발)’이란 작품을 남겼다. 여기에서 누구나 다 갖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 하며 미인에 대해 조심할 것도 든다. 중간 부분에 ‘흰 이와 고운 눈썹의 여인은 목숨을 찍는 도끼이고, 달고 무르고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음식은 창자를 썩게 하는 약(皓齒蛾眉 命曰伐性之斧 甘脆肥膿 命曰腐腸之藥/ 호치아미 명왈벌성지부 감취비농 명왈부장지약)’이라며 이어진다.
‘월녀는 앞에서 시중들고 제희는 뒤에서 받들게 하여 쾌락에 빠지면(越女侍前 齊姬奉後往來游讌/ 월녀시전 제희봉후왕래유연)’ 독약을 마시고 맹수의 어금니와 희롱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讌은 잔치할 연.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하여 행복해지는 것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다만 미색에 빠져 자신의 할 일을 잊는다면 나중에 모든 것을 잃게 되어 예부터 조심하라는 경계의 말이 많았다. 미는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죽고 못 사는 그런 관계는 없다는 말도 알아두면 좋은 말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