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탄 난 스웨덴 집단면역
◇ 파탄 난 스웨덴 집단면역
1923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장염균 실험을 하다 감염 비율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집단에서 질병 확산이 멈추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라고 불렀다.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의 경우 항체를 갖는 주민 비율이 60% 이상이면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은 코로나 초기부터 아이들은 등교하고 직장인은 출근하는 일상을 유지했다. 국경 통제를 하지 않았고 마스크 착용마저 강제하지 않았다.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은 “봉쇄 조치가 전염병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맞벌이가 대다수여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의료진의 4분의 1이 일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사실상 집단면역을 추구한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이기에 뭔가 계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스웨덴의 코로나 확진자는 10일 현재 48만9471명, 사망자는 9433명이다. 인구가 우리나라의 5분의 1 정도인데, 확진자 수는 우리의 7배, 사망자 수는 8배가 넘는다. 이웃 노르웨이와 비교해도 확진자는 9배, 사망자는 20배에 이른다. 지난 11월엔 칼 필립 왕자 부부가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은 크리스마스 메시지에서 “우리는 실패했다. 세상을 떠난 이가 너무 많아 처참한 심정”이라고 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의 지지율은 급락해 정권마저 휘청거린다.
자연 감염에 의한 집단면역은 코로나 초기에 영국 등도 검토해본 방안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환자가 쏟아지면 의료 시설이 감당하지 못해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포기했다. 사망률을 2%만 잡아도 스웨덴 인구(1000만 명)의 60%에 면역이 생기려면 12만 명의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는 검사 결과 주민들의 항체 형성 비율이 57%였다. 그 수치에 이르기까지 인구 11만 명 중 무려 1만6000여 명이 숨졌다.
스웨덴은 뒤늦게 지난달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중등학교에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모델을 만든 스웨덴이 어떻게 이런 위험한 실험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학을 믿지 않는 지도자를 만나면 국민들이 막대한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스웨덴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