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수요일

화신풍.花信風 - 꽃이 피는 것을 알리는 바람

화신풍.花信風 - 꽃이 피는 것을 알리는 바람

화신풍.(花信風) - 꽃이 피는 것을 알리는 바람

꽃 화(艹/4) 믿을 신(亻/7) 바람 풍(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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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信(신)에는 소식, 편지란 뜻이 있다. 그래서 通信(통신)이고 번개같이 소식 전한다고 電信(전신)이다. 얼음이 풀리고 꽃이 피면 봄이 오니 春信(춘신)이 되고, 꽃이 피는 것을 알리면 花信(화신)이다. 겨우내 오그라들었던 심신에 가장 반가운 소식인데 봄철에 피기 시작하는 갖가지 꽃에 따라 꽃잎에 스치는 바람이 모두 다르다고 花信風(화신풍)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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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1월 6~7일께의 小寒(소한)부터 여름이 되기 전의 4월 20일경 穀雨(곡우) 사이 8개 절기 120일을 닷새 만에 한 번씩 각기 다른 24가지 꽃바람이 분단다. 눈서리를 뚫고 가장 먼저 피는 梅花風(매화풍)에서 멀구슬나무꽃 楝花風(연화풍)까지 二十四番花信風(이십사번화신풍)이다. 기막힌 감수성이 있어야 구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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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몇 가지 꽃만 보아도 大寒(대한)은 천리향 난초, 立春(입춘) 개나리 앵두, 雨水(우수)는 유채 살구꽃, 驚蟄(경칩)은 복숭아꽃과 장미, 春分(춘분)은 해당화와 배꽃, 淸明(청명)엔 오동나무와 버드나무 꽃이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이렇게 세세하게 바람을 나눈 것을 자료마다 출처는 구구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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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풍속지 ‘歲時雜記(세시잡기)’나 北宋(북송)의 周煇(주휘, 煇는 빛날 휘)가 편찬한 ‘清波雜志(청파잡지)’에 적혀 있다고 한다. 조선 중기 실학의 대가 李瀷(이익, 瀷은 강이름 익)은 대표적인 저술 ‘星湖僿說(성호사설, 僿은 잘게부술 사)’에서 明(명)나라 문인 謝肇淛(사조제, 肇는 비롯할 조, 淛는 강이름 제)의 五雜爼(오잡조)를 상고한다며 24가지 화신풍을 상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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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이 왔다고 좋은 일만 이어지지 않으니 꽃이 전하는 소식을 시샘하는 바람도 있다. 여기에도 好事多魔(호사다마)가 따라 꽃샘바람, 바로 妬花風(투화풍)이다. 꽃샘바람이라 하면 高麗(고려) 때의 명문장가 李奎報(이규보, 1168~1241)의 시가 많이 알려졌다. ‘꽃 필 땐 미친바람도 많으니, 사람들은 꽃샘바람이라 하네(花時多顚風 人噵是妬花/ 화시다전풍 인도시투화)’로 시작하여 끝부분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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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것도 좋지만, 꽃 지는 것 또한 슬퍼할 게 뭐랴(花開雖可賞 花落亦何嗟/ 화개수가상 화락역하차),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인데, 열매가 있으면 또 꽃이 생기네(開落摠自然 有實必代華/ 개락총자연 유실필대화).’ 噵는 이를 도. 嗟는 탄식할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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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모두 희망에 들떠 좋은 시절이 계속되리라 여긴다. 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간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대로 더 고생한다. 중국에도 겨울보다 더 고생한다고 ‘봄추위는 뼈가 시리고, 가을 추위는 살갗이 시리다(春凍骨頭秋凍肉/ 춘동골두추동육)’란 말이 전해 온다고 한다. 꽃샘바람에서 이규보가 깨우친 것처럼 봄이 왔다고 들뜨지 말고 꽃이 지는 것 또한 자연이라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일에 대비를 철저히 하여 고난의 세월을 잘 참으면 또 꽃이 핀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