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 - 천 길 둑이 개미구멍에 무너진다, 작은 일을 주의해야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 - 천 길 둑이 개미구멍에 무너진다, 작은 일을 주의해야 화를 면한다.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 - 천 길 둑이 개미구멍에 무너진다, 작은 일을 주의해야 화를 면한다.\xa0

일천 천(十/1) 어른 장(一/2) 갈 지(丿/3) 둑 제(土/9)

무너질 궤(氵/12) 스스로 자(自/0) 개미 의(虫/13) 굴 혈(穴/0)

\xa0

적은 힘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을 손쓰지 않았다가 낭패 보는 일이 흔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으로 깨우치지만 그렇지 못해서다. 작은 흠을 괜찮겠지 하며 방치하다 나중에 큰 화가 닥칠 때의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과도 닮았다.

\xa0

앞서 소개한 바 있는 堤潰蟻穴(제궤의혈)이 번역한 듯 꼭 들어맞는 성어다. 또 이 말은 천 길이나 되는 둑도(千丈之堤) 개미구멍에 의해 무너진다(潰自蟻穴)는 말을 줄인 것이고 "韓非子(한비자)"에는 땅강아지까지 등장하는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모두 작은 틈도 놓치지 않아야 나중의 큰 희생을 막는다는 가르침이다.

\xa0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韓非(한비)는 법을 집행하는 형벌이 엄중해야 나라를 바로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한 法家(법가)의 대표다. 老子(노자)의 道家(도가) 사상에 심취해 그의 역저 한비자에는 道德經(도덕경)의 가르침을 비유했다는 喩老(유로)편이 따로 있을 정도다.

\xa0

제63장의 恩始章(은시장)에 나오는 노자의 말을 먼저 인용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天下難事 必作於易/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대사 필작어세)." 그래서 어렵고 큰일을 도모하려면 작은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예를 드는 것에 성어가 나온다.

\xa0

"천 길이나 되는 제방도 땅강아지와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고(千丈之堤 以螻蟻之穴潰/ 천장지제 이루의지혈궤),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잿더미가 된다(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 백척지실 이돌극지연분)." 螻는 땅강아지 루. 魏(위)나라 재상 白圭(백규)가 물을 다스리는 일에서는 禹(우)임금보다 낫다고 자부하는 것도 제방을 순시할 때마다 살펴 작은 구멍을 막았기 때문이라 했고, 집안의 어른들은 불을 굴뚝의 틈새를 흙으로 발랐기 때문에 화재의 염려가 없다는 설명이 어이진다.

\xa0

劉安(유안)의 淮南子(회남자)엔 비슷한 담장이 나온다. "담이 무너지는 것은 조그만 틈새에서 비롯되고(牆之壞也於隙/ 장지괴야어극), 칼이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빠진 날에서이다(劍之折必有齧/ 검지절필유설)." 齧은 깨물 설.

\xa0

제방의 틈새를 막아 물난리를 대비한 백규에 대해 孟子(맹자)는 아래로 흐르는 물의 본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잘못이라 평한다. 둑을 막아 자국의 농지는 보호했지만 그 물이 딴 나라로 흘러 홍수 피해를 입힌 것은 어진 사람 할 일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xa0

다닥다닥 국경이 인접하지 않은 오늘날 우리는 제방이나 보를 허물어 홍수가 나면 바로 이웃이 피해를 본다. 다리의 공사를 허술하게 하여 끊어지고, 조그만 안전책을 지키지 않아 배가 침몰하며 공사장의 인부가 목숨을 잃는다. 세심하게 주의해서 이웃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