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수요일

◇ 야간 산책코스 수원화성과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 야간 산책코스 수원화성과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 야간 산책코스 수원화성과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

코로나 사태로 걷기나 자전거 여행, 캠핑, 등산 등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여행이 유행이다. 특히 특별한 훈련이나 장비, 경제적 투자 없이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유산소운동인 걷기 여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코로나 사태로 시민의 떨어진 체력을 증진시키고자 걷기 장려 캠페인을 벌이는 중. 때마침 고궁 등 문화 시설의 야행(夜行), 야간 개장도 기지개를 켰다. 코로나 사태 속 인파를 피해 조용히 거리 두며 걷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책 맛집을 찾았다. 느리게 걸으니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

",

▶ 화성행궁 품은 성곽길 걷기

"

커다란 보름달이 내려앉은 듯 대형 보름달 조명이 설치된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사진 위)은 달빛 아래 사부작거리는 발걸음 소리마저 운치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밤마실을 허락해준 행궁(行宮) 안에선 청사초롱 불빛들이 반갑게 마중 나왔다. 지난달 27일 시작한 경복궁 별빛야행, 28일 시작한 창덕궁 달빛기행에 앞서 20일 야간 개장을 시작한 경기도 화성행궁 관람객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용히 행궁을 거닐었다.

",

첫날 야간 개장에 다녀간 관람객은 360여 명. 코로나 사태 속 언택트 방식으로 운영돼 별도의 공연이나 해설, 체험,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관람객들은 \보름달 포토존\ 등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달빛 가득한 고궁의 고즈넉한 밤을 즐겼다. 즐거움도 잠시, 수원문화재단 측은 28일 "정부의 \수도권 내 다중 이용 시설 운영 한시적 중단\ 긴급 지침에 따라오는 6월 14일까지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 이후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재개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화성행궁이 임시 휴장에 들어간 아쉬움은 수원화성 성곽길에서 달래보자. 화성행궁을 둘러싸고 있는 수원화성 성곽길도 달밤 산책 코스로 인기다. 은은한 야간 경관 조명이 어두운 성곽길을 인도하듯 이어진다.

"

수원화성 성곽길 둘레길 코스는 전체 5.7㎞ 총 3시간 소요된다. 화성행궁에서 서장대로 올라가는 가파른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평지거나 완만한 언덕과 내리막 구간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

"

한양도성길에 비해 걷기도 한결 수월하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서장대는 수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 걷는 재미가 있고 볼거리가 있는 구간은 팔달문에서 창룡문 연무대를 거쳐 야경 명소인 방화수류정 부근 용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창룡문 부근엔 수원화성 성곽길을 상공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대형 열기구 플라잉수원이 기다린다. 직접 탑승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구경만으로도 짜릿하다. 너른 잔디밭을 품은 연무대도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수월해 만만한 나들이 장소다. 동북각루를 데칼코마니처럼 비추는 용연은 그림자를 투영한 사진을 찍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발걸음이 이어진다. 최근 용연 부근 행궁동엔 카페, 식당 등이 하나둘 문 열며 행리단길이란 별칭의 길이 뜨고 있다. 유명한 수원 통닭 거리도 지나치면 아쉽다.

",

수원화성 성곽길은 야간 무료 개방한다. 공연, 해설 및 체험 프로그램은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추후 유동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수원화성 성곽길 스탬프 투어도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 야외 정원서 유물 관람, 야경은 덤

"

야간 경관 조명이 켜지는 야외 정원이나 조각 공원, 전시장엔 볼거리가 있어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해가 지고 나면 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산책 특별전이 시작된다. 박물관 조명은 달빛이 대신하고 음향은 새, 풀벌레가 담당한다. 달빛을 받은 석탑, 대숲에서 우연히 만나는 불상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자연 그대로 정원에 전시된 크고 작은 유물들을 보다 보면 감상보다는 조우하는 기분이다.

",

"

석조물정원엔 신라시대에 만든 국보 제99호 김천 갈항사 삼층석탑을 비롯해 고려 때 만든 국보 제100호 남계원 칠층석탑, 보물 제2호인 서울 옛 보신각종 등이 기다린다. 석탑 사이를 걷다보면 바람결에 밀려온 인동덩굴 향기에 홀려 자동반사적으로 마스크를 내리게 된다. 작정하고 꽃과 풀 구경하러 나온 이들도 있다.

",

"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정원 곳곳은 한국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박물관 앞 거울못 둘레길(사진 아래)을 따라 걷는 것도 색다르다. 박물관 건물의 네모난 프레임 너머 보이는 남산 서울타워 야경 사진과 거울못에 비친 박물관, 청자정의 그림자 사진을 찍는 게 야간 관람 필수 코스다.

",

"

낭만적인 전설이 전해지는 미르폭포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엔 조금 으슥하다. 그럼에도 몰래 숨어 들어가는 커플들도 목격된다. 미르폭포를 지나 오솔길을 빠져나가면 용산가족공원과 만난다. 평일 밤엔 한적해 고독함마저 느껴진다. 박물관의 배롱나무못을 품은 숨은 산책로 박물관 오솔길은 밤보단 낮을 추천한다. 해가 지면 다소 어둡고 길이 잘 보이지 않아 걷기에 위험할 수 있다.

",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박물관 야간 개장 땐 좀 더 활기찬 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코로나 상황에 따라 내부 관람 시설 운영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