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요일

취우부종일驟雨不終日 - 소나기도 종일 내리지 않는다, 영원한 것은 없다. 

취우부종일驟雨不終日 - 소나기도 종일 내리지 않는다, 영원한 것은 없다. 

취우부종일(驟雨不終日) - 소나기도 종일 내리지 않는다, 영원한 것은 없다.\xa0

빠를 취(馬/14), 비 우(雨/0) 아닐 불, 부(一/3), 마칠 종(糸/5), 날 일(日/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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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루한 일이라도 그 끝은 있다. 사람을 들들 볶는 상사나 폭군이라도 좋지 못한 결말이 온다. 자기가 잡은 권세는 오래 계속될 듯 여겨도 ‘열흘 붉은 꽃은 없다’란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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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뜻의 ‘사람의 좋은 일과 붉은 꽃의 아름다움은 열흘을 넘지 못한다(人無十日好 花無十日紅/ 인무십일호 화무십일홍)’란 말은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한 權不十年(권불십년)과 함께 널리 쓰인다. 한 가지 더 갑작스런 소나기(驟雨)라도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不終日)란 성어도 여기에 들어간다. 빠를 驟(취)는 ‘갑작스럽다, 돌연히’의 뜻이 있고 驟雨(취우)는 소나기 또는 폭우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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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앞서 소개했던 대로 ‘회오리는 아침 내내 불지 않는다’는 뜻의 飄風不終朝(표풍부종조, 飄는 나부낀다는 의미 외에 회오리란 뜻으로 飆와 같음)와 이어져 멋진 대구를 이룬다. 잘 알려졌듯이 중국 道家(도가)의 창시자로 꼽히는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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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는 莊子(장자)가 뒤를 이어 발전시키게 되는데 諸子百家(제자백가) 중에서도 儒家(유가)와 더불어 양대 산맥을 이루는 학파다. 無爲自然(무위자연)을 받들고 그의 학문은 스스로를 숨겨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自隱無名(자은무명)을 본령으로 삼아 유가와 대조를 이루는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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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실존인물인지, 생존 연대는 어떤지 등등으로 분분한 중에서도 도덕경은 그의 저작으로 굳어져 고전 중의 고전이 됐다. 상편 37장, 하편 44장으로 5000여 자의 짧은 편에 속하는 이 책은 노자가 머물던 周(주)나라가 쇠망할 것을 미리 알고 떠날 때 국경 函谷關(함곡관)의 관문지기 尹喜(윤희)란 사람에게 남긴 글이라 한다. 23장 虛無章(허무장)에 나오는 부분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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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에서 나오는 말은 자연스럽다(希言自然/ 희언자연). 그런 까닭에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부는 일이 없고, 소나기도 온 종일 오는 법이 없다(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하늘과 땅이 일으키는 비바람도 부자연스러워 오래 못하는데 사람은 더욱 자연에 어그러지는 일은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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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부는 바람은 없다 했는데 특이하게 끝없이 이어진다고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불난 끝은 있어도 물 난 끝은 없다’나 ‘가물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라는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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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면 타다 남은 물건이라도 있고 가물어도 얼마간 거둘 것이 남지만, 큰 장마가 진 뒤에는 모두 휩쓸려가 건질 것이 없다고 물난리로 인한 재해가 훨씬 무섭다는 비유의 말이다. 근년 들어 장마가 길어지고 폭우가 내리는 경우도 잦아 댐이 무너지는 등의 수해가 크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는데 근본 대책이 시급한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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