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일요일

음식남녀飮食男女 - 음식과 남녀관계, 식욕과 성욕

음식남녀飮食男女 - 음식과 남녀관계, 식욕과 성욕

음식남녀(飮食男女) - 음식과 남녀관계, 식욕과 성욕

마실 음(食/4) 밥 식(食/0) 사내 남(田/2) 계집 녀(女/0)

마시고 먹는 飮食(음식)과 남자와 여자 男女(남녀)를 합친 이 말은 성어로 보다 제법 오래됐어도 영화로 더 친숙할 듯하다. 대만 출신의 감독 리안(李安/ 이안)이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연출한 영화는 제명도 그대로 번역한 ‘Eat Drink Man Woman’이었다. 1995년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던 이 영화는 중국 전통 요리사 출신의 아버지와 장성한 세 딸과의 결혼관, 가족관 등 세대 간의 갈등을 다뤄 화제를 모았다. 같은 이름의 드라마가 나오고, 유명 맛집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친숙한 이름의 이 성어가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말이라 하니 의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五慾(오욕)은 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의 다섯 가지다. 이 중 재물과 명예에 대한 욕심은 다른 것이 이뤄진 연후에 따르는데 비해 수면과 함께 마시고 먹는 식욕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것이고, 남녀 간의 본능인 색욕은 종족 보존을 위한 근원적인 욕망이다. 식욕을 말하는 음식과 색욕의 근원인 남녀를 합친 이 성어가 인간의 본성을 뜻한 것은 아주 오래된 ‘禮記(예기)’에서 비롯됐다.

五經(오경)의 하나인 예기는 예의 근본정신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다뤄 大學(대학)과 中庸(중용)이 四書(사서)로 독립되기 전에는 여기에 포함됐다. 모두 49편 중 제도와 관례의 변화를 언급한 禮運(예운)편에 孔子(공자)가 한 말로 나온다. 인간에겐 喜怒愛懼愛惡欲(희로애구애오욕)의 七情(칠정)이 있다면서 이어진다.

‘음식과 남녀의 관계에는 사람이면 누구나 크게 탐하고, 죽음과 고난은 누구나 크게 싫어한다(飲食男女 人之大欲存焉 死亡貧苦 人之大惡存焉/ 음식남녀 인지대욕존언 사망빈고 인지대오존언).’ 孟子(맹자)에도 ‘식욕과 색욕이 인간의 본성이다(食色性也/ 식색성야)‘란 말이 실려 있다.

인간의 본성이라고 모두 본능이 시키는 대로 살아간다면 난장판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힘이 있다고 재물이 많다고 욕심대로 살아가려다 끊임없는 싸움이 일어난다. 짐승과 다른 것이 인간은 절제를 안다는 것이다. 절제를 잘 하는 자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본을 무시하고 욕심이 더 큰 욕심을 불러 결말이 비참해지는 것을 수시로 본다. 모든 방면에 본보기가 돼야 할 지도층에서 추문이 잊을만하면 잇따르니 더 문제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