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약관화明若觀火 – 불을 보듯 뻔하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명약관화(明若觀火) – 불을 보듯 뻔하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밝을 명(曰/4) 같을 약(艹/5) 볼 관(見/18) 불 화(火/0)
‘불을 보듯 뻔하다’란 말을 자주 쓴다.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너무도 뚜렷한 일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똑 같은 뜻의 성어가 그 밝기가 마치(明若) 불을 보듯 뻔하다(觀火)고 한 이 말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을 강조할 경우에는 明明白白(명명백백)이란 말도 자주 쓰는데 물론 같은 뜻이다. 뻔히 들통 날 일을 잡아떼거나 너무나 뚜렷한 증거가 있는데도 오리발 내는 뻔뻔한 사람에게 잘 들어맞는 일이다. 줄여서 若觀火(약관화)라고 하기도 하고 洞若觀火(동약관화)라고 써도 마찬가지 뜻이다.
이처럼 귀에 익은 자주 사용하는 말이라도 기원은 아주 오래 됐다. 중국 고대의 堯舜(요순)과 殷周(하은주)시대의 기록 ‘書經(서경)’에 처음 나온다. 항상 숭상해야 한다고 尙書(상서)라고도 하는 책인데 三經(삼경)이라 할 때도, 五經(오경)이라 할 때도 꼭 들어갈 정도로 중요시했다. 서경 3편인 商書(상서)의 盤庚(반경) 상편에는 ‘나는 불을 보는 것처럼 잘 알고 있다(予若觀花/ 여약관화)’라고 표현한 것을 宋(송)나라 蔡沈(채심)이 쓴 주석인 ‘集傳(집전)’부터 바꿔 썼다고 한다.
般庚(반경)으로도 쓰는 반경은 폭군 紂王(주왕)을 쫓아내고 商(상)나라를 세운 湯王(탕왕)의 9대손이다. 19대로 왕위에 오른 반경은 당시 국력이 쇠퇴해져 분쟁이 잦았고 자연재해까지 발생하여 백성들의 불안이 가중되었다. 여기에다 귀족들은 사치를 일삼았고 제후들이 입조하지도 않는 혼란상이 계속됐다. 반경은 통치기반을 굳건히 하기 위해 도읍을 殷(은)지방으로 옮기려 하였으나 대신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반경은 지금 하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하늘이 명을 끊을지 모르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설득한다. ‘나는 불을 보듯 훤히 알고 있으나 졸렬하게 일을 처리하여 그대들을 안일하게 했소(予若觀火 予亦拙謀 作乃逸/ 여약관화 여역졸모 작내일).’ 결국 반경은 설득에 성공하여 수도를 옮겼는데 이 이후 殷(은)나라로 국호를 바꿔 부르게 됐다.
수도를 바꾸고부터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을 안정시킨 반경은 이후 200여 년 동안 번성을 이루었다. 한 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을 둘러댄다면 언젠가 들통 나고 신뢰는 깨어지고 만다. 개인 간의 관계도 믿음으로 이뤄지는데 나라의 정책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옳은 일을 밀고 나가는데 성공을 뒷받침할 신뢰가 바탕에 없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