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귀근落葉歸根 -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귀근(落葉歸根) -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떨어질 락(艹/9) 잎 엽(艹/9) 아갈 귀(止/14) 뿌리 근(木/6)
나뭇잎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아차린 一葉知秋(일엽지추)의 선인이 아니라도 무성하던 잎이 거의 졌을 요즘은 누구나 겨울이 왔음을 안다. 영하의 날씨가 벌써 찾아왔을 뿐더러 하수상한 시절이 계속되어 몸도 마음도 으스스함을 느낀다. 명승지의 단풍이 모두 떨어졌을 때의 풍경이 더 멋지다고 刻露淸秀(각로청수)란 말이 있지만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도 결코 고독하지 않다. 낙엽은 결코 죽지 않고 새로운 더 큰 생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12월의 월력이 한 장 덩그러니 남은 즈음이어서인지 떨어진 잎사귀(落葉)는 뿌리로 돌아간다(歸根)는 이 성어가 많이 오르내린다. 낙엽이 썩어야 땅을 기름지게 하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듯이 만물은 그 생명을 다하면 근본으로 돌아감을 비유한다. 이 말은 宋(송)나라 道原(도원)의 불서 ‘傳燈錄(전등록)’에서 유래하여 불교의 輪迴說(윤회설)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처음엔 그릇되더라도 결국은 올바른 이치대로 되고 만다는 事必歸正(사필귀정)이나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出爾反爾(출이반이)와 상통한다. 禪宗(선종)의 6대 조사인 慧能(혜능)대사가 제자들에게 한 말씀으로 나오는데 부분을 옮겨보자. 대사가 떠나려하자 대중이 슬퍼하며 지금 가시면 언제 오시는지 묻는다. 그러자 육조대사는 답한다. ‘모든 부처님이 열반을 보이시듯이 왔으면 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諸佛出現 猶示涅槃 有來必去 理亦常然/ 제불출현 유시열반 유래필거 이역상연)’라면서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 돌아올 때는 아무 말이 없다(葉落歸根 來時無口/ 엽락귀근 래시무구)’고 했다.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도 비슷한 의미로 나온다. ‘만물이 성장하고 변해갈 때 나는 그들의 돌아감을 본다. 만물은 무성해졌다가 다시 그 뿌리로 되돌아간다(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만물병작 오이관복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16장 歸根(귀근)편에 있다. 재주 藝(예)의 약자로 쓰이는 芸(운)의 본뜻은 향풀, 촘촘하다는 의미다.
나무도 뿌리로 돌아감을 아는데 자연의 순리를 잊은 채 오로지 권세와 부를 쫓은 사람들의 몰락은 여기저기서 몰골을 드러낸다. 몇 천 억대의 부를 갖고도 더 욕심을 부리다 나락에 떨어지고, 더 큰 명예와 권세를 탐하던 욕망에 휘둘린 사람들의 업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