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일요일

◇ 의사와 검사

◇ 의사와 검사

◇ 의사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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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짓눌린 한 해를 마감하며 문득 지난 여름 의사 집단휴진 때 씁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공의료 확충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한답시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페이스북에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 보라며 몇 개의 문제를 띄웠다. 그 중 하나가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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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으로 고르도록 예시된 문장은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다. \전교 1등 의사\를 답으로 생각하고 낸 이 문제는 의사 집단이 얼마나 시민의 시각과 동떨어진 우월의식에 사로잡혔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병상과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전공의 투입 소문까지 돌자 사실 확인도 없이 전공의협의회에서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는 성명까지 내며 발끈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별로 체질이 바뀐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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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의식에 찌든 집단은 의사만도 아니다. 검찰이 펀드사기 사건인 라임 사태로 재판 중인 김봉현의 술접대를 받은 검사 3명 가운데 1명만 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기소해 구설에 올랐다. 전관 변호사가 주선한 술자리에 검사 참석 자체가 뇌물죄를 의심할 상황인데 이는 거론하지 않고 김영란법만 적용한 것도 모자라 희한한 술값 계산식까지 들고 나왔다. 여전한 내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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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가 봐도 잠재적 이해 충돌이 뻔한 술자리에 검사들은 왜 얼굴을 내미는 걸까. 검사들은 "검찰권을 자신이 사법시험을 쳐서 따낸 권력이지 국민에게서 온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온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내가 이걸 얻어 먹으면 다음에 부담스러운 청탁이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걱정, 경계를 검사들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접할 기회를 줬으니 네가 고마워해야 한다"는 마인드라는 것이다. 모든 검사가 이렇진 않겠지만 그런 문화라면 검찰 개혁은 아직 멀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