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비아萬善備我 - 온갖 착한 행실이 모두 나에게 준비되어 있다.
만선비아(萬善備我) - 온갖 착한 행실이 모두 나에게 준비되어 있다.
일만 만(艹/9) 착할 선(口/9) 갖출 비(亻/10) 나 아(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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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악한 사람이 정해져 태어나는 것일까. 자기가 악인이라 믿는 사람은 없다. 흉악범도 어디 나쁜 사람에게 물들었거나 환경 때문이지 천성이 악인은 아니라 한다. 선인들이 남긴 말은 상반되어 내려온다. 대부분이 악이라 생각하는 측은 ‘선인은 두 사람밖에 없다. 하나는 죽은 사람, 또 하나는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라 극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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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선인,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때에 따라 선인이 되기도, 악인이 되기도 할 뿐’이라고 반대로 보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해도 좋지만 ‘사람은 모두 선한데 그것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人無有不善 水無有不下/ 인무유불선 수무유불하)’고 한 孟子(맹자)를 더 믿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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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선인으로 태어나는 것을 넘어 온갖 선행(萬善)을 모두에게 행할 준비가 나에게 되어 있다(備我)는 말을 남긴 栗谷(율곡)선생은 한 술 더 뜬다. 조선 중기의 李珥(이이, 1536~1584)는 아홉 차례의 과거에 모두 장원으로 합격하여 사람들에게 九度壯元公(구도장원공)으로 불렸다는 대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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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이 왕명으로 청소년의 교육을 쇄신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 사회생활을 정한 규정집 ‘學校模範(학교모범)’에 성어가 들어 있다. 윤리 기강이 날로 무너져가는 것을 한탄하며 세세한 분야까지 준칙을 제시하는데 모두 16개조로 되어 있다. 제일 먼저 배우는 자는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는 立志(입지)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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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을 보자. ‘배우는 자는 먼저 뜻을 세워 가지고 도로써 자신의 임무를 삼아야 한다(謂學者先須立志 以道自任/ 위학자선수립지 이도자임). 도는 높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데 사람이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道非高遠 人自不行/ 도비고원 인자불행). 만 가지 선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 있으니 달리 구할 필요는 없다(萬善備我 不待他求/ 만선비아 부대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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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바탕이 있으니 머뭇거리지 말고 민생으로 표준을 삼아 온 세상을 위해서 태평을 열어 간다면 훌륭하게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두 번째 몸가짐을 말한 檢身(검신)편에는 몸가짐과 행동을 다잡아야 한다며 걸음걸이부터 얼굴 표정까지 아홉 가지 태도 九容(구용)을 소개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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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날 때 선하게 태어나고 선행을 할 준비가 잘 갖추어졌다고 옛 어른들이 가르치는데도 세상에는 악인만 우글거리는 것 같다. 사기에 폭행에 살인 등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으니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달리 보면 드러나지 않은 착한 사람들의 선행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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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온 동네에 소문내는 선인들은 없다. 이들은 칭찬을 바라지 않는다. 마음을 바르게 쓰면 신명도 보살핀다는 ‘마음 한번 잘 먹으면 북두칠성이 굽어보신다’란 믿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도울 생각만 하는 이들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