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멘트는 누가 쓰나요?
◇ 앵커 멘트는 누가 쓰나요?
얼마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비서관이 대신 썼다는 것이 알려지며 갑론을박이 있었다. 아나운서 출신 국회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뉴스 오프닝 멘트도 작가나 취재기자가 쓰기도 한다”고 하자 대담을 하던 앵커가 “저는 제가 쓴다”고 응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이야기가 나왔구나 싶었다. ‘뉴스 앵커 멘트는 누가 쓰는가?’하는 것이다.
리포트의 앵커 멘트는 기본적으로 취재기자가 쓴다. 15~30초로 핵심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기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멘트가 그대로 방송되는 건 아니다. 담당 데스크가 2차로 다듬고, 이것을 앵커가 다시 한 번 손본다. 이 과정에서 앵커는 수시로 취재기자에게 내용을 파악하고, 때로는 멘트 전체를 수정한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도 앵커 멘트의 주인은 직접 말을 전달하는 앵커라 할 것이다.
앵커 멘트 작가를 따로 두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리포트보다는 주로 인상 깊은 오프닝(시작)과 클로징(끝) 멘트를 담당한다. 과거 아침 뉴스 작가로 일할 때 1분도 안 되는 오프닝 멘트를 위해 새벽 3시부터 신문을 샅샅이 뒤지던 기억이 생생하다.
앵커 멘트에 관한 또 하나의 궁금증은 “그 긴 말을 다 외워서 하느냐”는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잘 알려진 프롬프터라는 장비가 있어서 카메라 앞 모니터에 글씨가 뜬다. 편리하지만 사고 위험도 높다. 앵커와 말 속도가 맞지 않아 엇박자가 나거나, 순서가 꼬여 속칭 ‘멘붕’에 빠뜨리기도 한다.
프롬프터 하면 기억나는 일이 있다. A와 B 앵커가 있었는데, 어느 날 A 앵커가 뒤 시간대 B 앵커에게 본인이 고친 멘트를 손대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럼 B 앵커는 A 앵커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B 앵커는 화내지 않고 알겠다고 말하더니, 정말 즉석에서 멘트를 정리해가며 뉴스를 진행했다. 프롬프터에 A 앵커가 고친 멘트가 떠 있는 상황에선 헷갈리지 않기가 상당히 어려운데도 그는 작은 실수도 없었다. 방송가는 이렇게 고수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곳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