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1일 월요일

가서만금家書萬金 – 집의 편지는 만금의 값어치가 있다.

가서만금家書萬金 – 집의 편지는 만금의 값어치가 있다.

가서만금(家書萬金) – 집의 편지는 만금의 값어치가 있다.

집 가(宀/7) 글 서(曰/6) 일만 만(艹/9) 쇠 금(金/0)

안부, 용무를 전하는 편지를 나타내는 말은 의외로 많다. 書信(서신), 書簡(서간), 書札(서찰) 등 간혹 사용하는 것 외 簡牘(간독), 書尺(서척), 聲問(성문), 鯉素(이소), 尺翰(척한) 등 생소한 것도 많다. 아주 먼 곳에서 온 편지는 漢(한)나라 蘇武(소무)에게서 유래한 雁書(안서)라고 한다.

이러한 편지를 받았을 때는 희망, 읽고 난 뒤엔 실망이라며 큰 기대를 말라고 한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집에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직접 뜯었을 때(家書手自啓緘縢/ 가서수자계함등) 그 얼마나 흔쾌할까라며 茶山(다산)은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에서 노래했다.

기쁘고 즐거움을 넘어 집에서 부쳐 온 편지(家書)는 천만금보다 더 귀하고 반갑다(萬金)고 한 사람은 杜甫(두보, 712~770)다. 그는 詩聖(시성)으로 불리며 시를 숭상하던 唐(당)나라에서 詩仙(시선) 李白(이백)과 함께 李杜(이두)로 통칭될 정도로 우뚝했다.

하지만 당시 玄宗(현종)이 간신들에게 정사를 맡겨 극도로 혼란했을 때 安祿山(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미관말직에 있었던 두보도 포로가 되는 등 고생했다. 그가 홀로 長安(장안)에 있으면서 피란 간 처자를 생각하며, 난리로 폐허가 된 땅과 백성의 아픔을 보고 노래한 것이 유명한 ‘春望(춘망)’이란 시다. 앞 구절부터 유명한 시의 전문을 보자.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남아, 성 안에 봄이 오자 초목은 우거지누나(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 시절이 아파 꽃에도 눈물 뿌리고, 이별이 서러워 새 소리에도 놀란다(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감시화천루 한별조경심). 봉화가 석 달이나 연이어지니, 집안 편지는 만금의 값이 되네(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봉화연삼월 가서저만금). 흰 머리 긁을수록 더욱 짧아져, 쓸어 묶으려도 비녀질도 안 되네(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백두소갱단 혼욕불승잠).’ 濺은 흩뿌릴 천, 簪은 비녀 잠. 생사를 모를 때 가족의 편지는 헤아릴 수 없는 가치이겠지만 여기서는 그보다 사람들은 생고생을 하는 중에도 자연의 이치는 어김없이 찾아 온 봄을 쓸쓸히 노래한다.

집에서 부쳐 온 편지가 반가운 것은 군대에서 이상 없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전화나 문자로 소식을 주고받게 된 오늘에서도 손편지는 가치를 잃지 않을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운 사람들은 그리운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쓰는 게 유행이라 하고 그렇게 되면 만금의 가치를 아는 사람도 많아질 터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