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암투明珠暗投 - 구슬을 어둠 속으로 던지다, 가치를 모르고 썩히다.
명주암투(明珠暗投) - 구슬을 어둠 속으로 던지다, 가치를 모르고 썩히다.
밝을 명(曰/4) 구슬 주(玉/6) 어두울 암(日/9) 던질 투(扌/4)
선물을 주고받을 때 정성이 깃들어 있지 않거나 예의에 어긋나면 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복숭아를 선물로 주고 자두로 답례한다는 投桃報李(투도보리)란 말이 있다. 격식에 맞게 선물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귀한 선물이라도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값을 안다. 빛이 곱고 귀중한 야광주(明珠)를 어둠 속으로 던진다는(暗投) 이 말은 선물을 주고도 알아보지 못할 때 줬기에 예에 어긋난 것으로 원망을 산다는 뜻이다. 번쩍이는 구슬이라도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듯이 재능을 가진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윗사람 때문에 썩히고 있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성어는 ‘史記(사기)’의 雛陽(추양) 열전에서 유래했다. 前漢(전한)의 6대왕 景帝(경제)의 동생 孝王(효왕)을 모셨던 문객이 추양이다. 효왕은 태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내심 속셈을 갖고 여러 저명인사와 교제해 인맥을 두텁게 하려 했다. 효왕은 여러 명사들을 초청하여 주연을 베푸는 등 환대했는데 문장에 능했던 추양도 포함됐다. 하지만 효왕은 현자를 존중하고 있다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일 뿐 추양을 깊이 신임하지는 않았다. 효왕은 측근 羊勝(양승) 등이 추양을 모함하자 감옥에 가두고 처형하려 했다.
추양은 이름을 더럽힐 수 없다며 옥 안에서 효왕에게 글을 올렸다. 獄中上梁王書(옥중상양왕서)로 이름난 글이다. 효왕이 梁(양)지역을 다스렸기 때문에 양효왕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그는 진실된 사람은 의심을 받지 않는다고 알았는데 옛날 보옥을 바쳤던 卞和(변화)나 나라에 충성을 바쳤던 李斯(이사) 등이 중벌을 받는 것을 보니 빈말이었다며 이어진다.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명월주와 야광벽을 던지면 칼을 잡고 노려보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明月之珠 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명월지주 야광지벽 이암투인어도로 인무불안검상면자).’ 眄은 곁눈질할 면.
알아보기 어려울 때는 보석이라도 좋아할 리 없다. 반대로 어리석고 깨어있지 못하다면 보물을 가질 자격이 없다. 아래에서 아무리 훌륭한 의견을 내어도 명주임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묻혀있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깊은 뜻을 깨달은 효왕은 추양을 풀어주고 상객으로 삼았다. 번득이는 재주를 가진 인재는 곳곳에 묻혀 있다. 인사를 할 때마다 잡음이 나오는 것은 알아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