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화요일

백마비마白馬非馬 - 흰 말은 말이 아니다, 교묘한 억지 논리 

백마비마白馬非馬 - 흰 말은 말이 아니다, 교묘한 억지 논리 

백마비마(白馬非馬) - 흰 말은 말이 아니다, 교묘한 억지 논리\xa0

흰 백(白/0) 말 마(馬/0) 아닐 비(非/0) 말 마(馬/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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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억지로 둘러대어 합리화시키려는 말이 詭辯(궤변)이다. 앞뒤가 맞지 않아 바로 들통이 나면 矛盾(모순)이 된다. 모든 것을 꿰뚫을 수 있는 창과 모두 막을 수 있는 방패를 한꺼번에 팔려다 꽁무니를 뺐다는 모순과 달리 궤변은 그럴듯한 이론을 갖다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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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sophist)는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궤변학파를 가리켰다. 앞세운 거북이와 가장 빠른 아킬레우스(Achilleus)가 경주를 해도 결코 앞지를 수 없다는 역설의 제논(Zenon)이 유명했던 것은 논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흰 색의 말(白馬)은 말이 아니다(非馬)고 한 公孫龍(공손룡)도 그럴 듯하게 설명을 잘 붙여 성어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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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룡은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나라 사람으로 名家(명가)의 대표적 사상가였다. 명가는 수많은 학자들이 자유롭게 학문을 펼쳤던 諸子百家(제자백가) 중에서 이름과 실재를 분석하는 名實合一(명실합일)의 정치사상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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刑名家(형명가)나 辯論家(변론가)로도 불렸던 이들은 공손룡 외에도 鄭(정)나라의 鄧析(등석)이나 莊子(장자)에도 등장하는 宋(송)나라의 惠施(혜시) 등이 알려져 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는 허황되게 현혹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론으로 무장됐다. ‘公孫龍子(공손룡자)’에 나오는 백마가 말이 아니라고 펼쳐놓는 이야기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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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는 것은 형체를 규정하고, 희다는 것은 색깔을 규정하는 개념이다(馬者 所以命形也 白者 所以命色也/ 마자 소이명형야 백자 소이명색야), 색 규정의 개념은 형체와 다르므로 백마는 말이 아니다(命色者非命形也 故曰 白馬非馬/ 명색자비명형야 고왈 백마비마).’ 백마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 말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이 서로 다르니 백마는 말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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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는 흰말만 가리키지만 말은 모든 말을 다 포함하기 때문이란다. 공손룡의 堅白同異(견백동이)도 재미있다. 눈으로 흰 돌은 알 수 있으나 단단한지는 모르고, 손은 단단한 줄은 알아도 흰 색깔은 알 수 없으므로 세상에 희고 단단한 돌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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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늘어놓는 이론은 궤변에다 말장난으로 치부하기 전에 명분과 실재를 엄격히 구분하는 면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똑 같은 행동을 두고 내가 한 것만 정의라는 억지 주장은 한 쪽만 보는 ‘내로남불’이다. 수년 전 말이 아닌 백마보다 더 기발한 이론이 나와 두고두고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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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용의자가 컴퓨터를 미리 옮긴 것은 증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말이다. 여권 인사가 검찰이 장난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 둘러댔으니 이제는 증거인멸이 증거보전이 되는 세상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