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영웅진해시自古英雄盡解詩 - 예로부터 영웅은 모두 시를 알았다.
자고영웅진해시(自古英雄盡解詩) - 예로부터 영웅은 모두 시를 알았다.
스스로 자(自/0) 예 고(口/2) 꽃부리 영(艹/5) 수컷 웅(隹/4) 다할 진(皿/9) 풀 해(角/6) 시 시(言/6)
중국 漢(한)나라를 세운 高祖(고조) 劉邦(유방)은 처음 별 볼 일없는 사람이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가업을 돌보지도 않고 시시껄렁한 불량배와 어울려 다녔다. 그래도 의협심은 남달라 陳勝(진승)의 난 때 호응해 기반을 닦고, 힘이 산을 뽑는 項羽(항우)와 겨뤄 마침내 천하를 손아귀에 넣었다. 유방이 예상외의 통일을 이루게 된 것은 그가 밝힌 대로 漢興三傑(한흥삼걸)로 불리는 張良(장량), 蕭何(소하), 韓信(한신) 등 명신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唐(당)나라의 시인 林寬(임관)은 유방과 관계 깊은 시 ‘歌風臺(가풍대)’에서 그를 높이 치하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하지 말라(莫言馬上得天下/ 막언마상득천하), 예부터 영웅들은 모두 시를 알았다네(自古英雄盡解詩/ 자고영웅진해시).’ 가풍대와 馬上天下(마상천하)의 유래를 간단히 보자. 유방은 항우를 물리칠 때 큰 도움을 줬던 英布(영포)가 통일 후 반란을 일으키자 친히 군사를 이끌고 나가 진압했다. 돌아가는 길에 고향인 沛縣(패현)에 들러 주연을 베풀고 그 자리에서 大風歌(대풍가)를 읊었다. 후세 사람들이 이 곳에 누대를 짓고 가풍대라 불렀다.
유방은 자신의 배움이 짧은데다 장광설만 늘어놓는다며 선비들을 무척 싫어했다. 지모가 뛰어난 酈食其(역이기, 酈은 땅이름 역)를 처음 만날 때 두 여인에게 발을 씻기는 무례를 보였다. 변설에 능한 陸賈(육가)가 자신에게 진언을 할 때 옛 고전을 들먹이는 것을 보고 아니꼬워 자신은 말의 등을 타고 천하를 얻었다고 했다. 그래도 잘 참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후일 임관은 가풍대를 지나면서 시를 지어 유방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시도 이해하는 문무의 겸비라고 높인 것이다.
임금으로서 문학에도 큰 족적을 남긴 사람으로는 魏(위)나라의 曹操(조조), 曹丕(조비) 부자가 있고 南唐(남당)의 後主(후주) 李煜(이욱)이 있다. 영웅으로 치면 우리의 忠武公(충무공) 李舜臣(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섬멸하면서 남긴 亂中日記(난중일기)가 첫 손에 꼽힐 만하다. 예로부터 영웅은 모두 시를 알았다는 것은 무력뿐만이 아닌 문장에도 뛰어났다는 이야기다. 文(문)은 어디서나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