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1일 일요일

견문발검見蚊拔劍 - 모기 보고 칼을 빼다.

견문발검見蚊拔劍 - 모기 보고 칼을 빼다.

견문발검(見蚊拔劍) - 모기 보고 칼을 빼다.

볼 견(見/0) 모기 문(虫/4) 뽑을 발(扌/5) 칼 검(刂/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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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란 미물이 끼치는 해독은 끔찍하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면 어김없이 찾아와 앵앵거린다. 불면의 고통을 주는 것도 모자라 피를 포식하며 전염병을 퍼뜨린다. 말라리아나 일본뇌염에다 최근엔 지카 바이러스까지 옮겨 小頭症(소두증)을 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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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찮은 모기를 보고서(見蚊) 쫓기 위해 칼을 뺀다면(拔劍) 잡지도 못하면서 어리석다고 비웃음을 산다. 칼 刀(도)보다 더 큰 劍(검)을 휘두르니 풍차를 보고서 창으로 공격하는 돈키호테의 꼴이다. 여기에서 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사소한 일에도 화를 벌컥 내는 소견이 좁은 사람을 가리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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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같은 뜻으로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割鷄焉用牛刀/ 할계언용우도)?‘란 孔子(공자)의 말에서 나온 牛刀割鷄(우도할계, <313>회)란 성어를 쓴다. ’論語(논어)‘의 陽貨(양화)편에 있는 이야기다. 모기와 칼 이야기는 ‘도끼 들고 나물 캐러 간다’나 ‘쥐구멍 막자고 대들보 들이민다’ 등 같은 뜻으로 쓰이는 속담에서 비롯돼 조선 후기의 학자 趙在三(조재삼)의 ‘松南雜識(송남잡지)’에 실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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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빼어 모기 잡는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뿐이지 옛날 문장가들도 어지간히 모기에 시달린 모양이다. 唐(당)나라 시인 劉禹錫(유우석)은 ‘내 몸은 일곱 자 너는 티끌 같은 것, 나는 혼자 너는 떼거리 나를 상처 내네, 하늘이 낸 것 어쩔 수 없어, 너 때문에 장막을 치고 상위에 숨는다(我軀七尺爾如芒 我孤爾衆能我傷 天生有時不可遏 爲爾設幄潛匡床/ 아구칠척이여망 아고이중능아상 천생유시불가알 위이설악잠광상)’고 노래한다. 遏은 막을 알, 幄은 장막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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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다산)은 ‘얄미운 모기(憎蚊/ 증문)’에서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모기가 맹호보다 무섭다고 진저리친다.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猛虎咆籬根 我能齁齁眠/ 맹호포리근 아능후후면),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렸어도, 누운 채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脩蛇掛屋角 且臥看蜿蜒/ 수사괘옥각 차와간완연),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를 울리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一蚊譻然聲到耳 氣怯膽落腸內煎/ 일문앵연성도이 기겁담락장내전).’ 齁는 코고는소리 후, 脩는 길 수, 蜿는 꿈틀거릴 완, 蜒은 구불구불할 연, 譻은 새 지저귈 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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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좋은 면으로 본 말로 모기나 등에 같은 작은 벌레들이 소나 양을 물어 달리게 한다는 蚊蝱走牛羊(문맹주우양, 蝱은 등에 맹)는 말이 있고, 노부모에게 벼룩이나 모기를 물지 않도록 자식이 한방에서 자는 蚤蚊孝道(조문효도, 蚤는 벼룩 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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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장마가 한창인데 모기가 더욱 극성을 부려 성가시게 한다. 그렇다고 칼로 없애지 못하는 만큼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서민경제가 바닥이어선지 정서도 메말라가고 여유가 없을수록 작은 일에 치우치지 않아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