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초월肝膽楚越 - 가까울 수도 있고 멀 수도 있다,
간담초월(肝膽楚越) - 가까울 수도 있고 멀 수도 있다,
간 간(肉/3) 쓸개 담(肉/13) 초나라 초(木/9) 넘을 월(走/5)
간(肝)과 쓸개(膽)는 바로 이웃해 있는 장기다. 옆에 있지만 하는 일은 다르다. 간이 대사를 조절하고 해독작용을 하는 반면 쓸개는 소화를 돕는다. 조금의 이익이라도 있으면 이편에 붙었다 저편에 붙었다 하는 지조 없는 사람을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고 한다. 일은 달라도 가까이 있으니 편리한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간담을 초월한다고 하여 넘어서는 超越(초월)을 생각하기 쉽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때 남방에 위치한 楚(초)나라는 七雄(칠웅) 중의 하나인 강국이었다. 越(월)나라도 동남부를 근거로 句踐(구천) 때에는 春秋五覇(춘추오패)의 세력을 떨쳤다. 두 나라는 가까이 있었지만 사이는 좋지 않아 서로 원수처럼 여기는 사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먼저 ‘莊子(장자)’의 德充符(덕충부)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자.
魯(노)나라에 刖刑(월형, 刖은 발꿈치벨 월)을 당해 발이 없는 王駘(왕태, 駘는 둔마 태)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무언으로 가르침을 받는 제자가 몰려들어 孔子(공자)와 비견될 정도였다. 제자 常季(상계)가 연유를 묻자 공자가 답한다.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간과 쓸개도 초와 월나라처럼 등질 수 있지만, 같은 관점으로 보면 만물은 모두 하나다(自其異者視之 肝膽楚越也 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 자기이자시지 간담초월야 자기동자시지 만물개일야).’ 만물을 하나로 보는 사람은 득실을 따지지 않으니 왕태가 자신의 발을 잃은 것은 흙덩이 하나 떨어진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월나라와 북방의 오랑캐로 멀리 떨어진 사이라는 肝膽胡越(간담호월)이라 써도 같은 뜻이다. 前漢(전한)의 淮南王(회남왕) 劉安(유안)이 저술한 책 ‘淮南子(회남자)’에 같은 뜻으로 설명하면서 표현만 달리 했다.
간과 쓸개, 초와 월나라처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도 입장이 바뀌면 한없이 멀어질 수 있다. 또 서로 적대시했거나 관계가 없던 사람일지라도 형편에 따라서는 가까워질 수 있다. 너무 남을 믿어서도 안 되고 속마음을 다 줄 듯 털어 놓아서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고 좋은 자리에 있을 때 별 볼일 없는 사람을 구박했다가 몇 배로 당하기도 한다. 세상사라는 것은 돌고 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