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공포의 허구성과 언론 보도 행태
◇ 원자력 공포의 허구성과 언론 보도 행태
심리학자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베스트셀러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인간 인식이 얼마나 오류투성이인지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통계 수치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며 논리적 사고를 하기엔 너무 게으르다는 것이다. 당뇨병으로 죽을 확률이 사고로 죽을 확률의 4배쯤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고사(死) 확률을 당뇨병의 300배쯤 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카너먼은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오류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영국의 환경 저널리스트 조지 몬비오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지 열흘밖에 안 된 시점에 ‘후쿠시마가 나를 원자력 옹호자로 만들었다’는 칼럼을 썼다. 그는 글 첫 대목에서 ‘후쿠시마 사고를 보고 원자력에 중립적이었던 내 생각이 지지로 바뀌었다. 이유를 들으면 놀랄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게 큰 사고가 터졌는데 방사선 희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다. 전 세계가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상황을 이렇게 꿰뚫어본 것이 놀라웠다.
유엔 산하 방사능영향과학위원회(UNSCEAR)는 2년여 조사 끝에 2013년 후쿠시마 사고 보고서를 냈다. 결론은 ‘심각한 방사선 건강 피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CT 사진 한 장 찍으면 평균 7mSV 방사선에 폭로되는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평생 살아봐야 10mSV 약간 넘게 추가 피폭(被爆)될 뿐이라는 것이었다. 사고 수습 인부 2만5000명의 피폭량 역시 평균 12mSV였다. 의외의 조사 결과였으나 언론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EU 자문기구인 합동연구센터(JRC)라는 기구에서 각종 발전(發電) 방식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지난 3월 냈다. 3세대 원전의 경우 사망 발생 위험이 태양광의 2.7%, 육상 풍력의 0.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태양광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유엔 산하 기후과학기구(IPCC)는 이미 2013년 보고서에서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은 태양광의 26%밖에 안 된다고 계산했다.
사람들의 리스크 인식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광우병 사태 때 겪을 만큼 겪었다. 과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숫자인데 일반 대중은 숫자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언론 책임도 작지 않다. 언론은 어떤 리스크에 대해 별것 아니라고 보도했다가 나중에 심각한 위험으로 드러날 경우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애초부터 위험을 아주 과장하는 쪽으로 보도하기 십상이다. 원자력 보도가 대표적일 것이다.
-조선일보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