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반취반皛飯毳飯 – 세 가지 흰 음식과 아무 것도 없는 상, 변변찮은 음식
효반취반(皛飯毳飯) – 세 가지 흰 음식과 아무 것도 없는 상, 변변찮은 음식
나타날 효(白/10) 밥 반(食/4) 솜털 취(毛/8) 밥 반(食/4)
한자에 三疊字(삼첩자)란 것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획수가 많은 글자를 3개 겹쳐 만든 글자다. 가로로 세로로 겹친 글자도 있지만 대체로 삼각형 모양으로 쌓은 것이 많다. 물건 品(품), 맑을 晶(정), 수풀 森(삼), 간사할 姦(간), 벌레 蟲(충), 우뚝솟을 矗(촉) 등 상용하는 글자도 제법 되고 모두 끌어 모으면 100개는 능히 넘어선다. 재미있는 것은 개나 소, 말, 사슴, 용을 겹친 삼첩자도 다 있고 용은 사첩자인 용이나는모양.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흰 白(백)과 털 毛(모)의 삼첩자가 들어간 성어가 있다. 皛飯(효반)의 皛는 나타날 ‘효‘인데 세 가지 흰 음식을 나타내고, 毳飯(취반)의 毳는 솜털과는 관계없이 세 가지의 음식도 없다는 뜻이다. 毛(모)는 털이나 모피를 뜻하지만 가늘다, 없다란 의미도 있다. 여기에는 明(명)나라 張鼎思(장정사, 1543~1603)의 ’琅琊代醉編(낭야대취편)‘ 등 여러 곳에서 전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따른다. 중국 北宋(북송) 때의 대시인 호가 東坡(동파)인 蘇軾(소식, 1037~1101)과 자가 貢父(공보)인 劉攽(유반, 1023~1089, 攽은 나눌 반)이 주고받은 위트 넘치는 일화가 잘 알려졌다.
어느 때 소동파가 유공보에게 효반을 대접하겠다며 초청했다. 효반이 무엇인지 몰랐던 유공보는 잔뜩 기대를 갖고 동파의 집으로 갔더니 쌀밥 한 그릇, 무 한 접시, 소금 한 줌뿐이었다. 실망한 공보에게 동파가 놀리면서 세 가지가 모두 흰색이니 효반이라 말한다. 이번에는 공보가 취반을 대접한다며 동파를 불러 아무 음식도 주지 않았다. 밥도 무도 소금도 없으니 취반이라며 앙갚음했다.
소동파와 유공보가 효반과 취반을 서로 바꿔 나오는 곳도 있고, 다른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宋(송)나라 謝維新(사유신)이 쓴 ’古今合璧事類備要(고금합벽사류비요)’에는 郭震(곽진)과 任介(임개)라는 명랑 콤비가 기지를 겨룬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대로 배가 고프면 무엇이든 맛이 있다. 정성이 가득하면 반찬이 없어도 성찬이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는 소박한 자리에 앉아도 배부르다. 손님을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할 때는 무엇보다 정성이다. / 글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