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면자건唾面自乾 – 남이 얼굴에 침을 뱉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타면자건(唾面自乾) – 남이 얼굴에 침을 뱉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침 타(口/8) 낯 면(面/0) 스스로 자(自/0) 마를 건(乙/10)
입 속의 침은 소화에 꼭 필요한 액체이지만 이것을 잘못 뱉었다간 큰 사달이 난다. 좋게 대하는 사람에게 나쁘게 대할 수 없다는 뜻의 ‘웃는 낯에 침 뱉으랴’란 속담이 있다. 반면 특정 사람을 향해 침을 뱉었다간 아주 치사스럽게 생각하거나 더럽게 여기어 멸시한다는 뜻이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도전의 의미로 받아들여 대판 싸움이 난다. 그런데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었더라도(唾面)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自乾) 기다린다는 이 성어는 보통 사람은 실행하지 못할 일이다. 처세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수모를 잘 참아야 한다고 한 교훈이다.
중국 역사에서 유일한 여성 황제인 則天武后(측천무후)는 唐(당)나라 2대 太宗(태종)의 후궁으로 들어왔다가 3대 高宗(고종)의 황후가 된 사람이다. 고종이 죽은 뒤 왕위에 오른 두 아들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周(주)나라를 세워 15년 동안 권력을 휘둘렀다. 무후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자비한 탄압책을 썼어도 유능한 관리들을 요소에 잘 등용하여 정치는 그런대로 안정됐다는 평을 받는다. 측천무후의 신하 가운데 樓師德(누사덕, 630~699)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팔척장신에 큰 입을 가졌고 변방 요충지에서 장상으로 30여년을 근무하면서 많은 공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성품이 인자하여 어떤 무례한 일을 당해도 겸손한 태도로 얼굴에 불쾌한 빛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 때 아우가 외직으로 나가게 되자 불렀다. 우리 형제가 다 같이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아 영광이 이미 극에 이르렀으니 사람들의 시샘이 따를 것인데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하니 동생이 대답했다.
‘누가 만약 제 얼굴에 침을 뱉는다면 저는 손으로 닦겠습니다(自今雖有人唾某面 某拭之而已/ 자금수유인타모면 모식지이이).’ 그러자 누사덕은 그렇게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거스를 수 있다며 덧붙인다. ‘그 또한 좋지는 않다. 저절로 마를 때까지 두는 게 좋을 것이다(適逆其意 止使自乾耳/ 적역기의 지사자건이).’ 어디까지 인내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十八史略(십팔사략)’과 ‘新唐書(신당서)’에 실려 있다.
남을 해치려 하다가 자기가 해를 입게 되는 ‘누워서 침 뱉기’는 어리석은 일이지만 남이 뱉은 침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야말로 인내심이 무섭다. 조금도 양보 않고 경쟁만 일삼는 사회에서 이런 인내를 발휘하는 사람을 아부한다고 손가락질해도 나중에는 수모를 이겨낸 보람을 찾을 때가 있을 것이다./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