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누각空中樓閣 - 공중에 나타나는 누각, 근거가 없는 허황된 사물
공중누각(空中樓閣) - 공중에 나타나는 누각, 근거가 없는 허황된 사물
빌 공(穴/3) 가운데 중(丨/3) 다락 루(木/11) 집 각(門/6)
摩天樓(마천루)는 하늘을 간지를 만큼 높이 솟은 건물이다. 중국에서 옛날부터 새가 하늘 높이 날 때 즐겨 쓰던 시적 표현이 영어에서도 skyscraper로 나타내며 고층건물의 대명사가 됐다. 1931년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진 후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는 800m가 넘는 실제 하늘을 찌르는 높이가 됐다. 이들 건물이 실체가 있지만 아무리 높아도 가없는 하늘엔 가소롭다.
하늘과 땅 사이의 무한대인 공간(空中)에 나타나는 다락(樓閣)이 있다면 그렇다. 실제는 존재할 수가 없으니 현실적 토대나 근거가 없는 사물을 가리키는 비유가 됐고, 내용이 없이 나열된 문장이나 기초가 허약하여 무너지는 건물도 나타냈다.
중국 北宋(북송)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沈括(심괄, 1031~1095)은 천체와 과학에 관한 일을 하면서 일종의 박물지인 ‘夢溪筆談(몽계필담)’을 남겼다. 여기에 빛의 굴절에 의하여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나타내는 글이 실려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있는 登州(등주) 지방의 설명이다. ‘봄과 여름철 저 멀리 하늘가에 도시의 누대 모양이 보인다(春夏時遙見空際 有城市樓臺之狀/ 춘하시요견공제 유성시누대지상)’며 그것을 海市(해시)라 부른다고 했다. 누대나 성곽 모양의 蜃氣樓(신기루, 蜃은 큰조개 신)를 가리킨 것이다.
심괄의 해시 현상에 대하여 淸(청)나라의 학자 翟灝(적호, 1736~1788)는 저서 ‘通俗篇(통속편)’에서 해설을 덧붙인다. ‘오늘날 말이나 행동이 허황된 사람을 공중누각이라 말하는데 이 일을 인용한 것이다(今稱言行虛構者 曰空中樓閣 用此事/ 금칭언행허구자 왈공중누각 용차사).’ 비현실적인 이야기나 떠벌리는 허풍쟁이, 기초가 없이 쉽게 무너지는 砂上樓閣(사상누각)을 모두 포함했다.
唐(당)나라 초기의 시인 宋之問(송지문)의 시구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공중에 누대와 전각이 이어져 있고(空中結樓殿/ 공중결누전), 마음속에는 구름과 무지개 피어나네(意表出雲霞/ 의표출운하).’
우리나라서도 높이로 치면 결코 뒤지지 않는 건물이 즐비하다. 롯데월드타워는 500m가 넘고 부산에서는 300m 가까운 주택타워가 위용을 자랑한다. 또 두바이의 최고 건물도 한국의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아무리 높아도 하늘아래 뫼보다 낮을 수밖에 없고, 무작정 올라가다 하늘의 분노를 산 바벨탑 교훈을 생각해야 한다. 높고 크고 번지르르한 외향만 좇다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으니 기초를 튼튼히 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앞서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어려워하지 않고 허황된 사업에 마구잡이 낭비하는 위정자가 명심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