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상가란卵上加卵 - 알 위에 알을 포개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
난상가란(卵上加卵) - 알 위에 알을 포개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xa0
알 란(卩/5) 윗 상(一/2) 더할 가(力/3) 알 란(卩/5)
계란은 지금은 어디든 굴러다니는 흔한 식품이다. 양계가 기업화되어 양산된다. 30~40년 전만 해도 귀한 손님이나 집안 어른 상에만 올라 꼬마들의 군침을 돋웠다. 조그만 몸피에 단백질 등 영양 덩어리라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계란을 이야기한 속담 중 ‘달걀에도 뼈가 있다’가 있다.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에도 재수 없어 일을 그르치는 것으로 鷄卵有骨(계란유골)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以卵擊石(이란격석)으로 번역되어 도저히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것을 이른다. 알을 쌓아놓은 것처럼 위험하면 累卵之危(누란지위)가 된다.
달걀 위(卵上)에 달걀을 더하여 포개놓는다(加卵)는 말은 위험하다는 말이 아니고 아예 될 수 없는 일을 뜻한다. 타원의 둥그런 계란을 세로로 세우기도 힘든데 그 위에 얹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 불가능한 일을 간절한 기도로 이루어낸 이야기에서 지극한 정성을 나타내는 말이 됐다. 조선 후기의 작자 미상 한문 笑話集(소화집) ‘醒睡稗說(성수패설)’에 실려 전한다. 稗는 피 패. 패설은 민간에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것인데 음담도 몇 편 들어있어 古今笑叢(고금소총)에 인용되기도 한 책이다. \xa0
이름 높던 한 벼슬아치가 임금에 죄를 지어 먼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의 부인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알 위에다 알을 포갤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오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부인은 달걀 두 개를 소반 위에 얹고서 밤낮을 쉬지 않고 포개지도록 축수했다. 하지만 애초 불가능한 일이 이뤄지지는 않아 부인은 애통한 소리만 낼 뿐이었다. 어느 날 임금이 微行(미행)을 나갔다가 축원을 듣고 사람을 시켜 곡절을 알아보게 했다. 부인의 지성을 측은히 여긴 임금은 죄인을 석방하도록 했다. 그를 불러 풀려난 이유를 아느냐 하니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라 했다. 임금이 말했다. ‘그렇지 않고 알 위에 알을 포갰기 때문이오(不然卵上加卵故也/ 불연난상가란고야).’
부인의 간절한 기도로도 알을 포개지는 못했다. 그래도 결과는 임금을 움직여 남편을 풀려나게 했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하게 된다는 至誠感天(지성감천)이 여기 해당된 셈이다.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의 앞에는 모든 것이 아득한 장벽뿐이라 포기만 기다린다. 이런 절망 앞에선 아무리 알을 포개려 해도 힘들겠지만 하늘 아래인데 뫼만 높다고만 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는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