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요일

삼가재상三可宰相 - 세 사람이 다 옳다고 한 정승, 성품이 아주 너그러운 사람   

삼가재상三可宰相 - 세 사람이 다 옳다고 한 정승, 성품이 아주 너그러운 사람   

삼가재상(三可宰相) - 세 사람이 다 옳다고 한 정승, 성품이 아주 너그러운 사람\xa0 \xa0

석 삼(一/2) 옳을 가(口/2) 재상 재(宀/7) 서로 상(目/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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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른 것이나 좋고 나쁜 것을 단칼에 무 자르듯이 명쾌하게 가를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 생각이 모두 다르고 기호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꾀꼬리 울음은 듣기 좋고 개구리 우는 소리는 소음이라고 대부분이 여기지만 취향에 따라 반대일 수도 있고, 또 대자연의 큰 눈으로 본다면 모두 생명의 노래라 한 가르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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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이런 이치인데 남의 잘못은 사사건건 지적하고 자기의 주장만 옳다고 우긴다면 미움만 산다. 이와는 반대로 나쁜 일은 입 다물고 누구나 좋게 대한다면 到處春風(도처춘풍)이라 하고 거기서 더 나가 줏대가 없이 비위 맞추는 것이 되면 無骨好人(무골호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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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이 다 옳다고 하면 바로 黃喜(황희, 1363~1452) 정승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조선 초기 3대의 왕을 보필한 명재상 황희가 어느 때 조정에서 돌아오니 집안 여종이 서로 다투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정승이 둘 다 옳다고 판정하고, 부인이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하자 그대도 옳다고 하여 세 사람이 다 옳다(三可)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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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 내려왔다는 여종 이야기 말고 딸과 며느리의 다툼은 朴趾源(박지원)의 ‘燕巖集(연암집)’에 실려 있다. 해충 이蝨/ 슬가 옷에서 생기는지 몸에서 생기는지 다투자 둘 다 옳다고 하고 부인이 핀잔하자 또 옳다고 했다는 이야기다. 옳고 그른 것은 중간에 있다고 한 眞正之見(진정지견)의 예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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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가 좋은 사람이란 好好先生(호호선생)은 중국에서 많이 쓴다는 말이다. 後漢(후한) 말기 세력 다툼으로 세상이 어지러울 때 司馬徽(사마휘)라는 사람에게서 나왔다 한다. 그는 누구에게나 ‘하오好/ 호’로 대답해 모든 게 좋다는 好好(호호)란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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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병이 들었다고 해도 ‘하오’, 누가 상을 당했다고 해도 ‘하오’, 부인에게 지적당하자 역시 ‘하오’ 했다는 三好(삼호)선생이다. 사마휘는 하지만 천하를 보는 눈이 있어 蜀(촉)의 劉備(유비)가 인재를 구할 때 諸葛亮(제갈량)과 龐統(방통)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야에 묻힌 인재 伏龍鳳雛(복룡봉추)를 알아 본 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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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말마다 옳다고 하여 言言是是(언언시시)란 말을 들었던 황희 정승은 몇 차례나 파직되고서도 18년간 국정을 관리한 능력을 보였다. 누구나 옳다고 해서 우유부단했다는 것보다 사람은 누구나 각각의 입장이 다르므로 그것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世宗(세종)의 성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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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일을 하고서도 남은 이 잡듯 뒤지고 자기 잘못을 감싸며 큰소리치는 ‘내로남불’만 보는 오늘날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남에겐 봄바람, 자신에겐 엄격하게란 春風秋霜(춘풍추상)을 내세우고서 그것과 꼭 반대로 했다간 北風寒雪(북풍한설)이 기다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