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름실즉지예절倉廩實則知禮節 - 곡식창고가 가득하면 예절을 안다.
창름실즉지예절(倉廩實則知禮節) - 곡식창고가 가득하면 예절을 안다.
곳집 창(人/8) 곳집 름(广/13) 열매 실(宀/11) 곧 즉, 법칙 칙(刂/7) 알 지(矢/3) 예도 례(示/13) 마디 절(竹/9)
사람이 살아가는데 衣食住(의식주)가 필수이지만 그 중에서도 음식이 첫손에 꼽힐 정도로 중요할 것이다. 먹지 못하면 당장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다. 孔子(공자)는 無信不立(무신불립)이라 하여 병사나 식료보다 신뢰가 앞서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이는 국민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성립할 수 없다는 뜻에서였다. 음식이 첫손에 꼽혀야 한다는 말 중에 以食爲天(이식위천)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유명한 성어다. 食爲民天(식위민천)이라 해도 같은 뜻으로 중국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을 도왔던 酈食其(역이기, 酈은 땅이름 역, 食은 밥 식, 먹을 사, 사람이름 이)가 한 말이다.
창고에 곡식이 가득 찬(倉廩實則) 연후에 예절을 알게 된다(知禮節)는 말도 먹는 음식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람 사이에 예절을 차릴 수 있는 것도 먹는 것이 해결된 후의 일이란 뜻이다. 곳집 廩(름)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 의젓하고 당당한 凜凜(늠름)할 때는 찰 凜(름)을 쓴다. 이 말을 남긴 사람은 春秋時代(춘추시대) 齊(제)나라의 桓公(환공)을 도와 최초의 覇者(패자)로 오르게 한 명재상 管仲(관중)이다. 군사력의 강화, 상업과 수공업의 육성을 통하여 부국강병을 꾀한 그는 평생의 친구 鮑叔牙(포숙아)와의 우정 管鮑之交(관포지교)라는 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관중이 남긴 말을 후세사람들이 모았다고 하는 ‘管子(관자)’의 牧民(목민)편에 이 구절이 나온다. 농업이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니 백성들은 곡물을 심고 거두는 일에 힘쓰고, 다스리는 사람은 계절에 따라 생산에 힘쓰고 곡식 창고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강조한다. ‘나라에 재물이 많으면 먼 데서도 찾아오고, 토지가 개간되면 백성들이 머무른다(國多財則遠者來 地辟擧則民留處/ 국다재즉원자래 지벽거즉민유처). 창고가 그득하면 예절을 알고, 옷과 양식이 풍족하면 영욕을 알게 된다(倉廩實則知禮節 衣食足則知榮辱/ 창름실즉지예절 의식족즉지영욕).’
千字文(천자문)에도 ‘다스림의 근본은 농사이니 때맞춰 심고 가꾸는데 힘써야 한다(治本於農 務玆稼穡/ 치본어농 무자가색)‘는 구절이 있다. 농사가 지금은 비중이 떨어졌다고 해도 식량은 농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농업을 중시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병행시켜야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