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천마행공天馬行空 - 천마가 공중을 달리다, 서예의 글씨가 힘차다,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

천마행공天馬行空 - 천마가 공중을 달리다, 서예의 글씨가 힘차다,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 

천마행공(天馬行空) - 천마가 공중을 달리다, 서예의 글씨가 힘차다,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xa0

하늘 천(大/1) 말 마(馬/0) 다닐 행(行/0) 빌 공(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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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天馬(천마)라 하면 그리스 신화에서 날개 돋친 페가수스(Pegasus)를 떠올릴 사람이 많겠다. 하늘의 별자리 이름으로도 있으니 그럴만하다. 우리나라서는 비록 따르는 전설은 없어도 말안장 양옆의 가죽 말다래에 그려진 天馬圖(천마도)가 발견되어 경주의 天馬冢(천마총)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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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늘의 말이 공중에서 빠르게 달린다(行空)는 말은 처음 문장이나 서예의 글씨가 웅장하고 날듯이 힘이 있는 기세를 말했다. 여기에서 뛰어난 기상이 남달리 하늘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듯한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가리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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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玉皇上帝(옥황상제)가 하늘에서 타고 다닌다는 전설보다 神馬(신마)와 교배하여 태어났다는 서역지방의 西極天馬(서극천마)를 연상하는 것이 구체성이 있어 더 믿는다. 먼저 천마에 대한 내용은 ‘漢書(한서)‘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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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지역의 大宛(대원)이란 나라를 언급하는 西域傳(서역전)에 ’좋은 말이 많고 붉은 땀을 흘리므로 천마의 후손이라 불렸다(多善馬 馬汗血 言其先天馬子也/ 다선마 마한혈 언기선천마자야)‘고 했다. 문장이나 서예에 천마가 날아가는 듯 하다는 비유는 淸(청)나라 이후 명필을 평가하는 서첩에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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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명필 金正喜(김정희)는 ‘阮堂集(완당집)‘에서 좋은 글씨를 쓸 만할 때는 흥취가 따라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아가고 멈춤이 뜻에 따라 조금도 걸릴 것이 없고, 글의 흥취도 구속됨이 없이 천마가 공중에 날아다니는 것처럼 자유로워야 가능하다(作止隨意 興會無少罣礙 書趣亦如天馬行空/ 작지수의 흥회무소괘애 서취역여천마행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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罣는 걸 괘. 고종 때의 학자이자 정치가 金允植(김윤식)은 燕巖(연암)의 문장을 나타내면서 이 말을 썼다. ’천마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구속을 받지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절도에 맞았다(如天馬行空 不施覊靮 而自然中節/ 여천마행공 불시기적 이자연중절).‘ 靮은 고삐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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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말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龍馬(용마)도 있다. 뛰어난 駿馬(준마)를 가리킨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말의 힘찬 모습을 훌륭한 문장이나 힘찬 글씨에 비유하는 것도 좋지만 기상이 넘치는 인재를 가리킬 때 더 적격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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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나면 용마가 난다’는 속담처럼 일이 잘 되려면 행운의 기회도 잇따르는 법이다. 아니 千里馬(천리마)가 먼저 나더라도 탈 장수가 없으면 소금수레를 끌 수밖에 없으니 인재가 먼저다. 갈가리 찢긴 사회에 나를 따르라하는 지도자가 나타난다면 옛 영웅들과 같이 명마도 따라올 것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