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토요일

학부오거學富五車 - 많은 책을 읽어 학식이 풍부하다.

학부오거學富五車 - 많은 책을 읽어 학식이 풍부하다.

학부오거(學富五車) - 많은 책을 읽어 학식이 풍부하다.

배울 학(子/13) 부자 부(宀/9) 다섯 오(二/2) 수레 거(車/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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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음의 양식(Books are food for the mind)’이란 서양 격언이 있다. 독서를 많이 하여 어떠한 문제에도 막힘이 없는 사람이 博學多識(박학다식)이고, 모든 것을 기억해내면 博覽強記(박람강기)다. 이렇게 되려면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할 텐데 무조건 많이 읽어도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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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책의 90%는 시원찮은 것이라 독설을 날리고, 무조건 책이 많다고 교양의 증거가 된다면 도서관이나 서점 관계자를 당활 수 없다고 꼬집은 선인도 있으니 말이다. 책을 많이 소장하면서도 잘 소화해내어 자신의 영양소가 되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학식이 풍부하기가(學富) 다섯 수레에 가득한 책(五車)을 잘 읽은 사람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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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道家(도가)를 대표하는 莊周(장주)의 종횡무진 비유법이 시종일관하는 ‘莊子(장자)’에서 유래했다. 雜篇(잡편)의 마지막 天下(천하)에서 戰國時代(전국시대) 당시의 여러 사상가들을 소개하는데 名家(명가)에 속하는 惠施(혜시)에 관해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한 것이 특이하다. 그 부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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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시는 여러 가지 분야의 학술에 능통했고, 그가 지은 책은 다섯 수레에 쌓을 정도였다(惠施多方 其書五車/ 혜시다방 기서오거).’ 그가 말하는 도는 잡다한 것들로 뒤섞여 사리에 맞지 않는 점이 있어도 따르는 변설가들은 위대한 진리로 생각하며 의론하는 것을 즐겼다. 재미있는 표현 하나를 본다. ‘만물은 모두 같으면서 모두 다르다, 이것을 대동이라 한다(萬物畢同畢異 此之謂大同異/ 만물필동필이 차지위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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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시의 저서가 다섯 수레에 가득할 정도로 많다고 했는데 책이 많다고 하는 표현으로 汗牛充棟(한우충동)이 있다. 짐으로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쌓으면 들보에까지 찬다는 뜻이다. 혜시의 책이 당시엔 죽간이나 목간이라 오늘날의 책과 비교할 수는 없어도 많은 양의 표현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후세에 전하는 것은 없고 그 말만 唐(당)의 詩聖(시성) 杜甫(두보)의 시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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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언율시 ‘題柏學士茅屋(제백학사모옥)’의 끝 부분에 나온다. 茅는 띠 모. ‘부귀는 반드시 애써 노력하는 데서 어렵게 얻는 것, 남아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하느니라(富貴必從勤苦得 男兒須讀五車書/ 부귀필종근고득 남아수독오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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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서재에 책장에 가득하더라도 읽지 않으면 장식품이다. 책을 열심히 읽은 선인에서 성어가 나온 것도 제법 된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周易(주역)을 맨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는 韋編三絶(위편삼절)은 孔子(공자)에게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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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을 집대성한 우리의 丁若鏞(정약용)은 독서와 저술에 심취하여 복사뼈가 세 번이나 구멍이 뚫렸다는 踝骨三穿(과골삼천, 踝는 복사뼈 과)이란 말을 남겼다. 책은 양보다는 열심히 하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