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신지우採薪之憂 - 땔감을 못할 근심, 자신의 병을 겸손하게 표현한 말
채신지우(採薪之憂) - 땔감을 못할 근심, 자신의 병을 겸손하게 표현한 말
캘 채(扌/8) 섶 신(艹/13) 갈 지(丿/3) 근심 우(心/11)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겨 병이 들면 매사가 괴롭다. 병은 우리들의 욕망과 우리들의 불안에 확실한 한계를 설정해 주기 때문에 행복의 한 형식이라거나, 병은 육체의 장애일 뿐이며 의지의 장애는 결코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철인들도 있다. 하지만 기계에 고장이 나면 버려지듯이 사람들은 이상이 있는 몸으로 삶을 이어나가기가 어려우니 건강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나무꾼이 땔나무를 채취(採薪)할 수 없는 근심이 있다(之憂)면 막다른 상황이다. 이 말은 병이 들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처지를 나타내 자신의 병을 겸손하게 표현하는 말이었다.
선비의 몸가짐을 말할 때 쓴 이 말은 負薪之憂(부신지우)라 하여 禮記(예기)에서 비롯됐다 한다. 신하가 자신을 나무하는 사람에 비유하고 주상에게 자기의 병을 나타낼 때 썼던 예법이라 했다. ‘孟子(맹자)’에도 사용됐는데 부분을 보자. 公孫丑下(공손추하)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맹자가 齊(제)나라 왕을 알현하려 하는데 제왕이 마침 감기가 걸려 올 수 없으니 조정으로 나올 수 없느냐고 전해 왔다. 맹자는 자신도 병이 걸려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선 다음 날 대부 東郭氏(동곽씨)를 찾아 조문하려 하자 제자 공손추가 병 때문에 왕 알현을 미뤘는데 옳은 일일까 하고 물었다.
맹자가 오늘은 나았기 때문이라며 문상을 간 사이 왕이 문병한다며 의의를 보냈다. 맹자의 사촌 孟仲子(맹중자)는 황망히 말한다. ‘어제는 왕명이 있었으나 나무를 할 수 없는 우환이 생겨 조회에 나가지 못했습니다(昔者有王命 有采薪之憂 不能造朝/ 석자유왕명 유채신지우 불능조조).’ 采는 采菊(채국), 采薇(채미)로 쓰이며 採와 똑같이 ‘캐다, 꺾다’라는 뜻도 있다. 그렇게 말한 뒤 사람을 시켜 맹자가 돌아오는 길목을 지켰다가 집으로 오지 말고 조정에 들라고 전했다. 맹자는 임금일지라도 신하에게 배움을 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남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대로 마음이 쓰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터이니 우선 자신의 병을 땔감을 구하지 못하는 우환으로 낮추어 부르는 것도 방법이겠다. 采薪之病(채신지병)이라 써도 같고 자기의 병을 낮추어 이르는 微恙(미양)이란 말도 있다./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