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화요일

망매지갈望梅止渴 – 매실을 보며 갈증을 해소하다.

망매지갈望梅止渴 – 매실을 보며 갈증을 해소하다.

망매지갈(望梅止渴) – 매실을 보며 갈증을 해소하다.

바랄 망(月/7) 매화 매(木/7) 그칠 지(止/0) 목마를 갈(氵/9)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가질 수 없는 경우를 ‘그림의 떡’이라 한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 전혀 필요가 없을까. 아무런 실속이 없는 일이긴 해도 그림의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운다는 畵餠充飢(화병충기)라는 성어대로 허황된 공상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이점도 있다. 신 과일의 대명사 매실은 바라보기만 하여도(望梅) 입에 침이 고여 목마름이 해소된다(止渴)는 이 성어도 마찬가지다. 望梅解渴(망매해갈), 梅林止渴(매림지갈)이라고도 하는 이 말에는 또한 허황된 말로 남의 욕구를 자극하여 희망을 줄 뿐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쓴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220년~280년) 때 魏(위)나라의 曹操(조조)가 대군을 거느리고 행군을 하고 있었다. 때는 한여름이라 무더위에 지친 장병들은 녹초가 되어 가는데 마실 물도 떨어진지 오래다. 수원을 찾지 못해 허둥지둥하자 전군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만큼 지치고 목말라 했다. 잔재주에 뛰어난 조조가 한 가지 절묘한 꾀를 생각해내고서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저 산 너머에는 매화나무 숲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매실이 주렁주렁 풍부히 달려 있다. 어서 가서 맛도 달고 신 매실을 먹으면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前有大梅林 饒子 甘酸可以解渴/ 전유대매림 요자 감산가이해갈).’ 이에 병사들은 매실이라는 소리만 듣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돌면서 정신을 차려 행군을 계속했다고 한다. 饒는 넉넉할 요. 宋(송)나라의 문학가 劉義慶(유의경)이 魏晉南北朝(위진남북조) 시대 명사들의 언행과 일화를 담은 ‘世說新語(세설신어)’의 假譎(가휼)편에 나온다.

‘三國演義(삼국연의)’에는 조조가 자신에게 의탁해 있던 劉備(유비)에게 일러주는 형식으로 나온다. 후원에 매실이 익은 것을 보고 유비를 청해 와서는 작년 조조에 적대했던 張繡(장수)를 칠 때가 생각난다며 이야기한다. 길에서 물이 떨어져 장졸이 기갈에 허덕일 때 앞에 매화나무숲이 있다(前面有梅林/ 전면유매림)고 외쳤더니 모두 입에 침이 생겨 목마르지 않게 되었다(口皆生唾 由是不渴/ 구개생타 유시불갈)고 했다.

일을 해나가다 난관에 부닥쳤을 때 허황된 계획으로 돌파하다가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반면 모두 기진맥진 낙담에 빠졌을 경우 임기응변으로 탈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다 뭇 사람의 중지를 모아 해결책을 강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