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1일 월요일

◇ 반갑다, 싸이월드

◇ 반갑다, 싸이월드

◇ 반갑다, 싸이월드

“정보화 시대가 되면 한국 사람이 세계를 주름잡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고 부산 동래구 등에서 3선 국회의원을 거친 강경식 전 부총리가 자주 하던 말이다. 여기엔 나름 근거가 있다. 과거에는 더하기를 알아야 곱셈을 이해하는 계단식 학습이었지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별 관계없는 프로그램을 여기저기 오가며 배우는 널뛰기가 가능해졌다.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함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일종의 퍼지(fuzzy) 방식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치밀하고 정교하고 조직적인 일본이나 독일식 문화가 통했지만 디지털 시대가 오면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대충대충 속도전에 능한 한국 사람들이 훨씬 더 빨리 적응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작은 ‘아이러브스쿨’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SNS였기 때문이다. 온라인 동창회 개념은 인맥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기호와 맞아 떨어지며 인기가 폭발했다. 1999년 서비스 개시 1년도 안돼 가입자 500만 명을 찍었다. 그러나 콘텐츠의 진보와 확장이 없었던데다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자 친구찾기 놀이는 시들해졌다.

한국의 저커버그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과 함께 회상되는 회사가 ‘싸이월드’다. 1999년 탄생한 싸이월드는 가상공간을 꾸미는 미니홈피부터 가상화폐 도토리까지 파격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한때 누적 가입자가 3200만 명에 달했던 국민 사이트다. 페이스북의 원조격을 5년이나 먼저 내놓았지만 모바일 시대의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하고 해외시장에 눈뜨지 못해 슬슬 도태됐고, 사이트에 저장된 100억 장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은 디지털 수몰 위기까지 갔다. 다행히 완전히 사라질 줄 알았던 싸이월드가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싸이월드Z라는 신설 법인이 운영권을 양수해 다음달 중으로 기존 서비스를 정상화한다는 소식이다. 싸이월드 모바일은 물론, 도토리도 새롭게 부활한다고 한다.

1980, 90년대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 속에는 약간은 국수주의적인 자기 합리화와 억지가 있었다. 그러나 유튜브를 타고 퍼진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이 세계 음원시장을 휩쓸고 한류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점령하는 지금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세계의 표준이 되어가는 세상이다. 그런 한국인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선보였던 싸이월드가 돌아온다는 건 ‘추억의 소환’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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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도청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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