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1일 일요일

임진마창臨陣磨槍 - 적과 마주해서 창을 갈다.

임진마창臨陣磨槍 - 적과 마주해서 창을 갈다.

임진마창(臨陣磨槍) - 적과 마주해서 창을 갈다.

임할 림(臣/11) 베풀 진(阝/8) 갈 마(石/11) 창 창(木/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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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속담은 급한 사람이 그 일을 서둘러 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을 찾아 갈증을 해소하기까지 고생했겠지만 목마를 때를 대비하여 미리 우물을 파 놓은 것만 못하다. 臨渴掘井(임갈굴정)이란 고사가 말해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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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터진 뒤에 부랴부랴 서둘러 봐도 매끄럽게 일이 추진 될 리가 없다. 일상사도 그러한데 나라의 존망이 걸려있는 중대사에선 평시에 병기를 확충하고 병사를 훈련시켜야 한다. 케네디가 한 말이 있다. ‘전쟁의 준비를 하는 것만이 평화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통탄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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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말라야 비로소 우물을 판다는 말과 함께 적과 마주 해서야 비로소 병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晏子春秋(안자춘추)’에 나온다. 春秋時代(춘추시대) 말기 齊(제)나라의 명재상 晏嬰(안영)의 언행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웃 魯(노)나라에서 昭公(소공)이 제나라로 몸을 의탁하러 왔을 때 아첨하는 사람에 둘러싸여 일을 그르쳤다며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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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나라 景公(경공)이 귀국을 도와주면 어떻겠느냐며 안영에 물었다. 은근히 반대하던 안영은 소공의 행위가 물에 빠진 후에 수로를 찾고, 길을 잃은 후에 길을 묻는 것이라며 비유한다. ‘병란을 당해서야 급하게 병기를 만들고, 음식을 먹다가 목이 메어서야 급히 우물을 파는 격입니다(臨難而遽鑄兵 噎而遽掘井/ 임난이거주병 열이거굴정).’ 噎은 목멜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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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臨難鑄兵(임난주병)으로 나타냈는데 曹雪芹(조설근)의 ‘紅樓夢(홍루몽)’에는 ‘적진과 마주해 창을 갈아 봤자 아무 쓸데가 없다(臨陣磨鎗 也不中用/ 임진마창 야부중용)’라고 직접 비유한 것으로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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鎗(창)은 槍(창)과 같다. 또 병이 깊어진 뒤에 약을 쓰는 것은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고, 싸울 때가 되어서야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渴而穿井 鬬而鑄錐/ 갈이천정 투이주추)며 비슷한 뜻으로 ‘黃帝內經(황제내경)’에 나온다고 한다. 鬬는 만날 투.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