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3일 수요일

편언절옥片言折獄 - 한마디 말로 송사의 시비를 가리다.

편언절옥片言折獄 - 한마디 말로 송사의 시비를 가리다.

편언절옥(片言折獄) - 한마디 말로 송사의 시비를 가리다.

조각 편(片/0) 말씀 언(言/0) 꺾을 절(扌/4) 옥 옥(犬/11)

재판은 어렵다. 서로 옳다고 대립하는 양자의 주장이 모두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같고 저런 것도 같고 해서 한 쪽을 편들 수 없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속담이 나왔겠다. 더하여 자기의 잘못을 발뺌하고 악의로 남을 덮어씌운다면 잘잘못을 가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럴 때 ‘송사는 졌어도 판결은 잘 하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솔로몬 왕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한 마디 말(片言)만 듣고서 송사의 대립된 의견을 명쾌히 풀어준다(折獄)는 이 성어는 간혹 명판관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보통 사람은 실행하기 어려운 난제를 이끄는 자가 앞장서 한두 마디 말로써 시원하게 해결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片言可決(편언가결), 片言決獄(편언결옥)이라 써도 같은 뜻이다.

孔子(공자)의 제자 子路(자로)는 魯(노)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仲由(중유)이고 季路(계로)로도 불렸다. 성격이 강직하고 용맹했기에 스승으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자로가 성격이 거친 무뢰배 출신이었지만 공자의 훈계로 입문한 뒤 충성스럽고 신용이 있는 인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공자가 자로를 가리켜 몇 마디 말로써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라 평한 것이 ‘論語(논어)’ 顔淵(안연)편에 실려 있다. 부분을 보자. ‘한 두 마디 말로 송사를 판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유일 것이다. 자로는 승낙한 것을 묵혀두는 일이 없다(片言可以折獄者 其由也與 子路無宿諾/ 편언가이절옥자 기유야여 자로무숙낙).’

자로처럼 소송 당사자중 양 쪽의 한두 마디 말로 해결을 내릴 수 있으면 명판관이다. 하지만 예부터 형을 집행하려면 여러 고관들의 의견을 듣고 뭇 신하와 뭇 백성에게까지 묻는다고 했으니 잘못 판결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茶山(다산)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서 ‘몇 마디 말로써 송사의 시비를 가려 마치 귀신처럼 판결을 내리는 자는 별다른 천재이니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흉내 낼 바 못 된다(片言折獄 剖決如神者 別有天才 非凡人之所傚也/ 편언절옥 부결여신자 별유천재 비범인지소효야)’고 충고한다. 刑典(형전) 聽訟(청송)조에 나온다. 剖는 쪼갤 부, 傚는 본받을 효.

공자가 자로처럼 잘 판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은 송사가 없게 하는 일이라 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법정에서 거짓진술을 하는 위증이나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상대를 옭아 넣는 誣告(무고) 범죄가 계속 늘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거짓범죄가 늘어나면 사회정의는 까마득하다. 한두 마디로 거짓 송사를 일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