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요수樂山樂水 - 산수의 자연을 즐기고 좋아하다.
요산요수(樂山樂水) - 산수의 자연을 즐기고 좋아하다.
즐길 락, 좋아할 요(木/11) 메 산(山/0) 즐길 락, 좋아할 요(木/11) 물 수(水/0)
산과 물의 경치와 자연을 좋아하는 것이 樂山(요산)이고 樂水(요수)다. 요산은 부산에서 활약한 소설가 金廷漢(김정한, 1908~1996)의 아호로 친숙한 말이기도 하다. 즐길 樂(락) 글자는 악기 북을 나타내는 白(백)을 작고 작은(幺/ 요) 실로 나무(木/ 목) 받침대에 묶은 것을 형상화하여 풍류 樂(악)을 뜻하고, 누구나 즐기고 좋아하니 좋아할 樂(요)가 되었다고 한다.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이 말은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 지자요수 인자요산)’라고 한 孔子(공자) 말씀에서 나왔다.
자연을 좋아하는데 무슨 구별이 있을까 싶은데 처음 뜻을 살펴보자. ‘論語(논어)’ 雍也(옹야)편에서 지자가 물을 좋아하고 인자가 산을 좋아한다면서 앞의 말 뒤로 이렇게 이어진다. ‘슬기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知者動 仁者靜/ 지자동 인자정)’. 대체적인 풀이는 슬기로운 사람은 지혜롭기 때문에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그래서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데, 어진 사람은 심지를 한 곳에 굳히고 쉽게 움직이지 않아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산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또 그 다음은 이렇다. ‘슬기로운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知者樂 仁者壽/ 지자락 인자수).’ 슬기로운 사람은 지혜를 좇고자 항상 움직이므로 여러 가지 지식과 견문이 넓어지니 자연히 세상만물을 즐기게 되고, 어진 사람은 남과 맞서 싸우지 않고 화합하려 하기 때문에 위험에 빠질 염려가 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풀이다. 물론 지자의 즐거움은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서 다스리는 데서 찾는다거나 아니면 자신을 완성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라고도 한다. 또 어진 사람의 장수는 오래 산다기보다 안정되었기에 떳떳함이 있어 오래 갈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슬기로운 사람, 어진 사람 어떻게 풀이하든 다 좋은 말이다. 우스개로 낚시하러 바다로 가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등산을 취미로 여기는 사람들은 슬기롭기 때문이라고 서로 자랑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내세울 뿐 다른 취미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지혜로움과 어짊이 모두 중요한 덕목이지만 단지 어느 쪽이 더 두드러지는 것인가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뿐이다. 그렇더라도 지혜가 지나쳐 속셈만 차리고, 인자함이 넘쳐 매사에 맺고 끊음이 없이 물러터진다면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