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전성경磨磚成鏡 -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다, 형식보다 실천을 중시하라는 의미
마전성경(磨磚成鏡) -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다, 형식보다 실천을 중시하라는 의미
갈 마(石/11) 벽돌 전(石/11) 이룰 성(戈/3) 거울 경(金/11)
아무리 어려운 일이 앞을 가로막더라도 난관을 뚫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되지 않을 일이 없다. 노력을 기울이면 성공이 눈앞에 온다는 교훈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관련 속담, 격언이나 성어도 부지기수로 많다. 90세 되는 노인이 마을 앞뒤에 있는 큰 산을 삽으로 파서 옮긴다는 愚公移山(우공이산)이나 자유분방한 시선 李白(이백)이 젊은 시절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磨斧爲針(마부위침) 이야기를 한 할머니에게서 듣고 대오각성 했다는 이야기는 특히 유명하다.
그런데 벽돌을 갈아(磨磚) 거울을 만든다고(成鏡) 하는 이 말은 더 쉬울 듯한데 나타내는 뜻이 전혀 달라 의외다. 禪宗(선종)의 통사인 불교서적 ‘五燈會元(오등회원)’에 실린 이야기를 먼저 보자.
唐(당)나라의 선승 南嶽懷讓(남악회양, 677~744)이 좌선을 하고 있는 사문 馬祖道一(마조도일, 709~788)에게 무엇 때문에 열심인지 물었다. 도일이 부처가 되기 위해서라고 하자 회양은 벽돌을 집어와 바위 위에 대고 갈기 시작했다. 무엇 하려 벽돌을 가느냐고 여쭈니 거울을 만든다고 했다. 벽돌이 어떻게 거울이 되느냐고 하자 좌선하여 부처가 어찌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소가 수레를 끌고 가다 멈춘다면 수레를 때려야 하는지 소를 때려야 하는지 비유하며 깨우쳤다. 몸은 수레와 같고 마음은 소와 같은데 일정한 형상이 아닌 부처가 되기 위해 좌선에만 집착한다면 이치를 통달하지 못한다는 가르침이었다. 형식보다는 실천을 중시하여 중생 곁으로 가라는 말씀이다.
이처럼 보람도 없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蒸沙成飯(증사성반),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 하는 것에 비유한 말도 있다. 唐代(당대)의 기승으로만 알려져 있고 생존 연대가 구구한 寒山(한산)의 시집에 문구가 나온다.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 하고, 목이 마르자 비로소 샘을 파네(蒸砂擬作飯 臨渴始掘井/ 증사의작반 임갈시굴정),, 아무리 애써 기왓장을 갈아도, 어찌 거울을 만들 수 있겠는가(用力磨碌磚 那堪將作鏡/ 용력마록전 나감장작경)?’ 碌은 푸른 돌 록. 안으로 헤아려 생각하고 부질없이 밖으로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가르친다.
신라의 元曉大師(원효대사)가 지은 불교입문서 發心修行章(발심수행장)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지혜있는 사람은 쌀을 쪄서 밥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모래로 밥을 만드는 것과 같다(有智人所行 蒸米作飯 無智人所行 蒸沙作飯/ 유지인소행 증미작반 무지인소행 증사작반).’ 준비 없이 일에 부닥친 뒤에야 허둥지둥 대책을 세워봐야 성사되기 어렵다.
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뒷전인 채 겉보기만 화려하게 꾸며 일을 하려 해도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다가 배가 산으로 가는데 자꾸 변명만 늘어놓는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