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각괘서牛角掛書 – 쇠뿔에 책을 걸다, 열심히 공부하다.
우각괘서(牛角掛書) – 쇠뿔에 책을 걸다, 열심히 공부하다.
소 우(牛/0) 뿔 각(角/0) 걸 괘(扌/8) 글 서(曰/6)
오늘날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든다고 걱정들이 많다. 하지만 도서관이나 서점마다 독서하는 사람들로 꽉 차고, 출판사마다 불황이라 해도 계속 책이 나온다.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 읽는 모습은 자취를 감췄어도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책으로 지혜를 얻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나 독서에 관한 선인들의 좋은 경구는 차고 넘친다. 고사가 따르는 성어도 많은데 반딧불과 눈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螢窓雪案(형창설안)이나 잠을 쫓기 위해 머리카락을 매달고 넓적다리를 찌르는 懸頭刺股(현두자고),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가 소나기에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었다는 高鳳流麥(고봉유맥)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성어에 못지않게 쇠뿔(牛角)에 책을 건다(掛書)는 이 말은 길을 가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李密(이밀, 582~618)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이밀은 隋(수)나라 때의 명문가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포부가 커 천하를 구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처음 음덕으로 煬帝(양제, 煬은 녹일 양)의 하급관리로 있다가 병으로 사직하고 고향에서 독서에 전념했다. 어느 때 평소 존경하던 학자 包愷(포개)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고 먼 길을 가면서도 책을 읽을 방법을 찾다가 묘안을 떠올렸다.
먼저 갯버들을 뜯어 안장을 엮은 뒤 소의 등에 얹고, 양 뿔에 읽던 한서 책을 걸고서는 가면서 책을 읽었다(以蒲韉乘牛 掛漢書一帙角上 行且讀/ 이포천승우 괘한서일질각상 행차독). 蒲는 부들 포, 韉은 언치 천. 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 때 길을 지나던 재상 楊素(양소)가 보고 기이하게 여겨 무슨 책을 보고 있느냐고 물은 뒤 자신의 아들과 교유하도록 했다. 歐陽修(구양수) 등이 엮은 ‘新唐書(신당서)’의 이밀전에 실려 전한다.
이밀의 후일은 그러나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양소의 아들 밑에 모사로 들어갔다가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란 집단에 가담하게 되었고, 唐(당)나라에 귀순한 뒤 다시 반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36세 되는 해 살해되고 말았다. 시간을 아껴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한 결과가 허무하다. 학문 외의 세상 흐름에 너무 무심하고 자기 길만 옳다고 여긴 결과가 아니었을까. 열심히 공부하는 태도만은 본받을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